굳은 살 만지기(companion )

우리 형관이 많이 컸네~.

hohoyaa 2010. 10. 19. 19:26

지난 토요일 남편의 차가 접촉사고를 냈다.

혼잡한 퇴근시간에 귀가하다보니 도로위의 모든 운전자들이 짜증이 났을 것이다.

남편역시 마침 시내에 나와있던 하나와 나를 픽업해 가려고 오는 중이었는데 

그렇잖아도 밀리는 길을 어떤 차가  살짜기 끼어들더란다.

오호랏!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생각에 그리고 집에 들렀다가 가야할 곳이 있는 울 남편 절대 봐주기 없이 그냥 왔단다,그러는 과정에 그 차와 남편의 차가 부딪혀 사이드미러가 살짝 젖혀졌단다.

그런데 그 운전자가 흥분을 하고 경찰을 부르고 보험회사를 부르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우리에게 1시간만에 전화한 남편은 우리끼리 버스타고 집에 들어가란다.

집에와서 3시간을 기다려도 남편이 오지 않았다.

사고는 경미하다는데 무슨 알일까?

아이들은 아빠의 성격을 알고있으니 아빠가 또 싸울까 봐 걱정이라고 하고

나는 남편을 더 잘 알고있으니 남편은 좋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혹시 자기랑 똑같은 성격의 사람을 만나 싸움이 커진 것은 아닐까 걱정.

 

한참만에 저녁도 먹지 못하고 들어온 남편.

경찰도 보험회사 직원도 접수할 건수가 안된다고 당사자가 합의하라는데도 그 차에 있던 일가족이 병원에 입원하겠다고 하더란다.

그 말을 듣고 오히려 경찰들이 그 사람한테 충고를 했는가 보다.

이런식으로 해서 일을 크게 만들면 오히려 보험사기로 들어갈 수 있다는데도 그 사람은 고집이 센건지

가족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지 수긍을 안하더라고.

그 차 운전자는 애초 남편이 미안하다고 사과만 했어도 그렇게 일을 크게 벌이지 않았을거라는데,

남편은 처음엔 몰랐다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다보니 차선이 줄어들고있는 것을 알았고

나중에서야 자기가 비켜주지 않은 것이 잘못한 것인줄 알았단다.

그래서 늦었지만 미안하다고도 했다는데.......

 

어쨌든 토요일 저녁에 아이둘과 아내까지 일가족이 경찰서를 들락날락하는게 안스럽고

가족들 앞에서 경찰들에게 말을 듣는 아빠의 입장이 또 딱해서

오히려 경찰과 그 운전자의 가운데에서 중재를 해야겠더란다.

나중에서야 그 사람, 자기 가족들한테 사과하면 그냥 가겠다고 해서

남편은 초등학생인 아이들한테 너희 아빠는 잘못하지 않았고 아저씨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이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

그의 아내에게는 모처럼의 가족시간을 망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 가장한테는 언제 만나서 술이나 한 잔 하면서 풀자고 해서 일단락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월요일에 다시 연락이 왔다.

병원에 입원해서 진단서를 끊겠다고.

사실 양쪽 차 모두에게도 흔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경미한 부딪힘이지만 그사람이 원하면 사이드미러를 갈아주겠다고도 했건만.

그 날 그렇게 해서 끝나는 줄 알았더니 이게 웬 날벼락?!

 

이런 상황이 오기까지 남편은 예전과는 참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남편이 차를 몰다가 길거리에서 파는 물건을 보기위해 차를 세워도 어린 하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차로 돌아오는 아빠에게 "아빠, 이겼어?"하고 묻곤 했다.

나 역시도 남편의 차를 타고가다가 실랑이를 하게되면 그 자리에서 아무말 안하고 그냥 내려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가던 길을 갔다. 어쩌다 같은 차를 타게 된 남편의 후배는 그런 나의 모습을 보고 내가 내려서 같이 싸우려고하는 줄 알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더란다.

하다못해 난폭한 버스기사와도 기싸움을 하느라 가던 길을 안가고 버스를 따라가 기필코 사과를 받아내고야 만 남편이지만 싸우는 것도 열받는 것도 자기 혼자였고 옆에 있는 나나 아이들한테 그 여파가 번진 적은 없다.

그래서 우리 또한 아빠를 편드는 것이 절대 없었고 차에 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싱긋하는 아빠에게 좀전에 보았던 열받은 아빠의 모습을 흉내내고 흉보기도하면서 모두 함께 와르르르 웃고는 했다.

 

젊어서는 부르르떨면서 참지 못하고 결단코 이기고야마는 성격이었는데 이번 일 내내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를 하는 모습이 세월을 느끼게 했다.

작가 최인호가 조금만 부당한 일을 당해도 화를 참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로 그런 성격이 사라졌다고 하더니 그 기적같은 일이 우리 남편에게도 일어난 것이다.

남편은 운전을 하다가 화를 내면 허리가 아프고 좋지 않더니 오늘 이지경에까지 일이 이르렀음에도 신기하게도 화가 안난단다.

그 날도 경찰서 앞마당에 세워진 차 뒷좌석에서 겁에 질려있는 그 집 아이들을 보니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더란다.

혹시 일이 커지더라도 자기가 잘못한 것은 인정하고 배상하겠다는 생각을 하니 그 사람이 원망스럽지도

태도를 바꿔 진단서를 끊겠다는 것에 배신감도 안 든단다.

아는 후배한테 물어보니 어거지로 진단서를 떼고 보험료를 청구할 경우 보험공단에서 조사를 하면 다 나온다고 하니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래서 내가 오늘 아침에 남편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이구~! 우리 형관이 많이 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