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

hohoyaa 2010. 8. 19. 13:11

 

 

 

 

          

 

          

 

1975년, 들리는 거라곤 총소리뿐이었던 어느 허름한 차고에 전과5범 소년을 포함한 11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 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35년 뒤,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 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의 센터로 퍼져나갔고, 11명이었던 단원 수는 30만 명에 이르렀다. 거리의 아이들에게 새로운 오늘을 선물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엘 시스테마’! 그 기적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화제 소개글. 베네주엘라의 ‘엘 시스테마’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음악센터, 음악 워크숍의 연합으로 현재 25만 명 이상의 청소년들이 여기서 악기를 배우고 있다. 이 단체는 30여 년 전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는 한 이상주의자에 의해 탄생했다. 그는 궁핍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카라카스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통해 마치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실화를 만들어냈다. ‘엘 시스테마’는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차세대 최고의 지휘자로 지목하여 화제가 된 28세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17세의 나이에 역대 최연소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이 된 에딕슨 루이즈 등 유럽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아브루의 무모한 아이디어가 가난의 악순환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구원했는지, 그리고 음악의 힘이 어떻게 수십만 명의 삶을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노인복지회관 계단에서 넘어져 쇄골3개와 갈비가 부러져 병원 신세를 지고계신 친정어머니.

어느 날 어머니가 다니는 성당의 신부님이 말씀을 하셨단다.

어떤 사람이 죽어 하늘문 앞에 도착했는데 살아생전 누구에게 해코지를 한다거나 악한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모범적인 삶을 살았노라고 자부하였건만 하느님은 그를 천당이 아닌 지옥으로 보내셨단다.

깜짝놀란 그가 그 이유를 물으니 하느님께서 말씀하시길

세상엔 꼭 있어야 할 사람과 있어선 안될 사람,그리고 있으나마나한 사람 세가지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너는 그 중 있으나마나한 사람이다.

나 역시 한 때 열심히 다니던 교회에서 게으른 종에 관한 비유를 들은 기억이 났는데 일이 이리되려고 했는지 갑자기 신부님의 그 말씀이 친정 어머니의 가슴에 와 닿더란다.

해방을 만나고 전쟁도 겪으면서 오로지 앞만 보고 살아오신 어머니 세대의 분들은 사회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당신 한몸이 남에게나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으면 잘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셨다는데 그 날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부터는 타인을 위한 봉사를 꿈꾸게 되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마침 노인복지회관에서 노인들을 위한 맛사지 강습(아마도 발맛사지같은 것이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맛사지를 배워서 불편한 노인들의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해 등록을 하러 가셨다가 사고를 당하셨다는 것이다.

입원을 하고 처음엔 그 말씀을 안하시다가 최근에서야 쑥스럽게 고백을 하셨다.

아이고나~,울엄마. 엄마야말로 혈액순환이 안되어서 손가락 끝이 탱글탱글 붓고 감각이 제대로 없어 물건도 잘 떨어뜨리면서... 어느 때에는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주 아파서 못살겠다고 하시더니...그뿐이랴 몇년 전에는 무릎뒤의 근섬유가 끊어져 일어서지도 못하고 고생을 하셨고, 가끔씩 어질어질하고 중심을 못잡아 난폭운전 버스에서 넘어지길 두번씩이나 하고 입원도 하셨건만...옆에서 보는 우리는 계단이며 겨울철 빙판길이며 가까운 나들이 길도 위태로울 지경인데 봉사를 받아야 하실 분이 뒤늦게 남들에게 봉사를 하시겠다고 용기를 냈다가 사고를 당하신 것이다.

친정 어머니는 꼭 천당에 가고 싶은 것보다는 살아 생전 몸을 놀릴 수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움직이고 싶은데 이제껏 당신과 가족들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은 남들을 위해 살아보자고 했다가 외려 자식들만 고생시키고 있다고 겸연쩍어 하셨다.

봉사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그냥 편히 계시는게 우리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한마디 하고보니 그래도 남을 위해 살아보자는 멋진 계획으로 가슴이 부풀어 궂은 날 복지회관에 가셨던 엄마의 꿈을 자식인 내가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이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미인대회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나라라고 알고 있었던 베네주엘라, 빠삐용의 앙리가 탈출에 성공해 도착한 곳 이 베네주엘라의 카라카스라는 막연한 기억이 있는 이 곳은 엘 시스테마의 발원지이다.

음악의 힘을 믿고 꿈을 꾸었던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이끄는 el sistema는 system의 라틴어라고 한다. 엘 시스테마는 보통의 음악학교가 아닌 사회복지제도이고 그들은 이 학교를 센터라 부른다.

음악적 소양과 경제학자로서의 지식,그리고 정치가로서의 경험으로 아브레우는 엘 시스테마의 성공을 확신했기에 전직 대통령들과 정부 관료들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베네주엘라의 대기업과 다국적기업등이 엘 시스테마에 지원을 해주고 싶어 줄을 선다고 하는데 놀랍게도 엘 시스테마를 움직이는 재원의 90%는 여전히 정부에서 나온다고 한다. 이 현상은 지난 번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의 기부운동에 대해 쓴소리를 했던 독일 갑부들의 논리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국에서는 기부액의 대부분이 세금공제되기 때문에 부자들은 기부를할 것인지, 세금을 낼 것인지를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 부자들이 막대한 돈을세금을 내지 않고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부가 아닌 극소수의 부자들이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

복지에 관한한 부자들의 기부가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어쩌면 정부의 직무태만일지도 모르겠다.

남미의 가난하지만 여유로운 나라 베네주엘라는 엘 시스테마에 그들의 예산을 지속적으로 후원했다.

한 개인의 이상으로 끝났을지도 모르는 엘 시스테마의 기적을 보고나니 베네주엘라 관료사회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게 된다.

 

여러 음악회에 가보았지만 이렇게 관객과 하나되어 소통하고 즐거운 오케스트라는 처음이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속에서 진지하게 박수칠 순간을 제때 파악해야 망신당하지 않는 음악회가 아닌

연주를 시작하는 순간 절로 어깨를 들썩이며 떠들썩한 축제의 장이 되고마는 엘 시스테마의 오케스트라가 서는 무대는 부자에게도 빈민가 아이들에게도 평등하게 음악이 주는 감동을 선물한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인터뷰가 나오는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 그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찾아보니 그 역시 이 음악학교 출신이었다. 

1975년, 엘 시스테마가 결성되면서 구입한 자동차는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었지만 처음 그 센터의 문안으로 들어섰던 아이들은 이제 중장년층으로 성장해 베네주엘라를 세계로부터 주목받게 만들었다.

문밖만 나서면 폭력과 마약과 총성이 들끓는 빈민가. 재수없으면 마약패거리들끼리의 총싸움에 맞아 죽는 아이들이 서너명씩 되고 그런 뉴스는 앞으로도 심심치 않게 나올 것이다.

희망을 가질 권리조차 빼앗겨버린듯한 그 골목에서 희망의 싹이 자라나 커다란 나무로 성장을 했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쓰레기 매립지에서 쓰레기를 뒤지며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플랜을 짜는 엘 시스테마의 부지런한 움직임이 보인다. 매립지의 냄새가 덜나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 학교를 만들어 놓고 음악을 배우고 싶으면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매립지 동네에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살아갈 음악학교를 세우기 위해 부지를 알아보고 쓰레기가 썩어가는 악취를 기꺼이 감수할 선생님을 초빙하고 학생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주민들에게로 다가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가식적인 모습이나 매너리즘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또한 자칫 소외될 수도 있는 장애아들을 위한 음악교육을 위해 카우벨 합주단을 조직하고 농아들을 위한 수화 합창단도 있다. 엘 시스테마의 연령층은 다양해서 2살부터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엘 시스테마가 영재교육이 아닌고로 재능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를 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일 것이다.

베네주엘라 곳곳에서 엘 시스테마가 주는 혜택을 누리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은 희망으로 빛나보였다.

꼬마 요브란의 말처럼 바깥사람들은 아직 모를지도 모른다.

지독히도 가난하기에 꿈을 꾼다는 것이 외려 사치로 여겨질지도 모르는 빈민가 아이들,

그들은 이미 음악을 가졌기에 한번 더 날개짓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요브란은 힘주어 말한다.

 

엘 시스테마의 직원 한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아브레우같은 사람이 열명만 있어도 이 세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이상주의자에서 꿈을 실현한 사람이 된 아브레우에 비하면  너무나도 소박해서 눈에 띄지 않는 바램일지라도 훗 날 친정어머니가 첫걸음을 뗄 수 있다면 이 또한 작은기적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박사가 베네주엘라에 반드시 있어야 할 사람이듯이 친정 어머니도 우리 가족에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꼭 있어야하는 사람으로 또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꿈을 꾸는 노년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