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의 못말리는 남성편력
유치원 시절의 유치한 이야기는 접어두고라도 사춘기를 지나는 우리 딸이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것을 보니 장차의 사윗감은 어떤 형일까 미리 점쳐보게 된다.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부터 우리 친정 어머니또한 전철에서 마주치는 남학생을 보면서 그렇듯 즐거운 상상을 하셨다는데 지금의 나는 드라마나 영화라는 이미지 공작소에서 만들어지는 남성들에게 쉽게도 마음을 주는 딸아이가 참 귀엽게 보인다.
'궁'의 이신
직장에 있는 내게 전화를 해서 만화책을 좀 빌려달라고 했던 초등학교 6학년 딸.
좋은 만화라면 얼마던지 사줄 수 있는 용의가 있는 내게 '궁'이라는 제목부터가 낯설었다.
여러 날을 조르는바람에 후배에게 물어봤더니 이러저러한 내용이라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으나 휴일 아침에 같이 대여점에 가서 빌려다주었다.
그 만화를 겨울방학에 드라마로 방영을 한다니 단연코 하나의 눈은 드라마가 시작되는 시계에 고정되었다.
뭐가 그리 멋있는지 초등학교 시절 마지막 겨울 방학을 온통 이신의 이야기로 친구들과 수다떠는 것으로 보냈는가 보다.
그래,너희들이 뭘 알겠니? 어리니가 그런게지.좀더 커봐라.
'꽃보다 남자' 구준표
제목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 '꽃보다 남자'라는 화장품이 나왔을 적에도 그런 이름의 화장품이 영 낯설고 도대체가 여자 화장품인지 남자 화장품인지도 모르겠던데 드라마 제목도 '꽃보다 남자' 라니 안봐도 노땡큐인 엄마와는 달리 하나는 이 드라마에 사생결단을 하고 달려들었다.
고주파?구절판?구준표 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160
그러면서도 미래에의 걱정을 한순간도 덜어버리지 못하고 미리 근심을 한다.
"엄마, 초등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에는 이신때문에 즐거웠고 중학교 3학년은 구준표가 있어서 행복했는데 이러다가 고등학교 3학년때 더 재밌는 드라마가 나와서 거기에 신경을 쓰다 수능을 못보면 어떻게 하지? "
"그러게...그렇게나 꽃남이 좋으면 아예 진로를 방송국 PD로 바꾸어서 꽃남들을 주르륵 앉혀놓고 오디션을 보면 오죽 좋겠니?"
"그래도 방송국 PD는 아니야. 내 꿈은 따로 있다고요~! 물론 그 꿈에 준표왕자도 있고요."
나, 왕자아니라 왕자 할아버지라도 구준표같은 남자는 절대 반댈쎄.
'헤어스프레이'의 링키(잭 애프론)
학교 영어시간에 이 영화를 봤는가 보다.
원래부터 흥이 많은 아이이니 종이인형같던 예전의 남자들로부터 춤잘추고 노래 잘하는 링키에게로 급물살을 틀었다. 알고보니 여태껏 자기가 좋아했던 남자들은 모두 빛좋은 개살구였다나 뭐라나.
그 입에서 헛소리마냥 '링키,링키....'하는 통에 우리 식구들 모두 날을 잡고 모여앉아 하나의 새남친과 상견례를 했다.
키가 좀 작아 그렇지 괜찮구만,쩝.
'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로버트 페틴슨)
"링키? 아휴~ 유치해. 그건 어릴 적 얘기에요. 잊어 주세요.
처음 에드워드의 눈빛을 보는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줄 알았다니까."
몇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는 에드워드,그리고 트와일라잇.
조금만 무서운 이야기를 들어도 벌벌떨며 잠도 못자더니 뱀파이어는 아닌거야?
중학교 3학년 여름방학에는 날씨가 덥다는 이유하나로 트와일라잇을 몇번씩 돌려보며 서늘하게 보냈다.
하긴 에드워드의 그 빛나는 솜털을 보니 금방 부자 되겠더라.
'스트리트 댄스'의 토마스(리처드 윈저)
"에드워드? 다 버려!! 아~~!! 토마스,토마스!
엄마,아빠 정말 고마워요. 이 영화 안본다고 했으면 정말 후회할 뻔 했어요."
ㅎㅎ 그럴 줄 알았어. 엄마,아빠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먹는다니까.
기말고사가 코앞인데 스트레스좀 풀으라고,3D댄스 영화라니 재밌겠다싶어서,여름방학을 겨냥하는 대작 영화에 밀려 혹시 빨리 끝나버릴까 봐서 그깟 2~3시간 공부 안한다고 크게 달라지겠니?하면서 보라고 했더니 시험기간에 영화보란다고, 무슨 부모가 공부할 환경조성을 안해준다고 온갖 유세는 다 떨고, 천금같은(?) 시간 낭비할까봐서 아빠가 미리 표 끊어놓고 모셔다드리고 모셔오면서 보여줬더니 이젠 수학공식이 들어갈 자리에 온통 토마스란 이름 석자뿐,나중에 영국가면 만날 수 있을까,어쩐지 영국식 발음이 좋더라니 이것도 운명인가하면서 딸아이 입에서는 희망사항이 넘쳐난다.
좀 고리타분한 감이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좀 준수한 편이라고 합리화를 시켜본다.
'이클립스'의 제이콥(테일러 로트너)
"아~놔! 토마스가 누구야?! 제이콥이 최고야."
시험이 끝난 날이 마침 개봉일이라 친구와 함께 보여줬다.
아빠가 팥빙수까지 사줘가면서 보여주었더니 고맙다는 문자로 부모마음을 달래놓고 나머지 시간은 모조리 제이콥에게 올인했다.
제이콥이 누구니? 걔는 인간이니?
"아뇨,늑대인간이에요. 엄마 정말 멋있어.엄마도 보면 반할거야."
뱀파이어에서 인간으로 돌아와서 안심을 했더니만 이젠 늑대인간이 좋단다.
지난 주엔 상혁이와 슈렉을 보여줬다.설마 이상형이 슈렉으로 바뀌진 않겠지?
"엄마,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슈렉은 아니야.인간으로 변한 슈렉은 더더욱 아니고."
ㅎㅎㅎ 이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거야?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