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책읽기/책장을 덮으며(book review)

마사 퀘스트와 지붕위의 여자

hohoyaa 2010. 5. 11. 18:43

 

 

 

치러야 할 결혼식이 네 개가 더 있었다.그는 냉소적으로 혼자 생각했다.'그러니......얼마 안 있어 내가 담당해야 할 이혼이 네 건이란 말이로군.방금 치른 것까지 합하면 다섯이지.결혼은 서둘러 하고 후회는 느긋이 해라.' 그는 아내와 1년 이상 약혼했었고 과거 15녕 동안 그녀를 혐오해 왔음에도 이것이 그의 굳은 신조였다.

그는 생각했다.'그래.더글러스도 결혼했군.그건 올바른 방향으로의 제일보야.빙키에겐 바랄 수도 없는 일이지.'그는 외롭게 나이 먹어가는 노인답게 손자 볼 일을 바라면서 생각하기 시작했다.메이나드 씨 같은 사람에게는 빙키같은 자식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 마사와 더기의 주례를 맡았던 메이나드씨의 생각

 

 

 남아공의 광대한 자연만큼이나 초반 도입부가 지루했던 '마사 퀘스트'.

처음 제목을 보고서는 무슨 모험이야기인줄 알았다가 사람, 그것도 여자의 이름인 줄 알고서 다소 무안했다.

더구나 입에 달라붙지 않는 번역탓에 자꾸 전에 읽었던 구절을 되짚어 읽다보니 시간이 흐른 후 보면 머릿속은 공허하고 헛다리 짚는 눈운동만 열심히 하고 있더라.

그래도 끝내 놓지 않고 읽다보니 점차로 마사에게 내 자신을 투영시킬 수 있었다.

 

강약의 차이는 있으나마 누구에게나 탈출하고픈 시기와 장소가 있었을 것이기에 마사의 고집스런 비판의식이나 냉정한 면모속에서 또 매 상황마다 결정되어지는 마사의 선택에서 바로 나 자신의 선택을 읽을 수 있었다.

강한 여자라 생각하고 지지했던 마사의 활약상을 내심 기대했던 나는 그녀가 이율배반적인 결혼을 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머리를 갸웃거렸고 조 위의 메이나드씨의 생각을 읽고 마사의 인생이 이제 시작된다는 것에 동의했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이 마사퀘스트는 5부작 '폭력의 아이들'중 1부에 해당한다니 2부부터는 조스의 사촌 누이'재스민'이야기도 나올런가 궁금해진다.

진짜 독후감은 '폭력의 아이들' 5부작을 다 읽어야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슬쩍 밀린 숙제를 감춘다.

 

언뜻 '창비세계문학' 영국편에서 도리스 레싱의 이름을 보았다.

레싱이 영국인이었나? 그렇구나 영국인이었구나.

단편이지만 장편(掌篇)처럼 짧게 읽히는 '지붕위의 여자'이다.

'지붕위의 바이얼린'도 아니고 '지붕위의 기병'도 아니고 '뜨거운 양철지붕위의 고양이'도 아닌 '지붕위의 여자'. 폭력의 아이들 1부작인 마사 퀘스트를 그토록 인내하게 만들던 레싱의 단편은 어떨까?

뜨거운 여름 날,그늘 한 점 없는 지붕위에서 지붕을 수리하던 각기 다른 연령층의 세 남자가 멀리 건너편 지붕위에서 썬텐을 하고 있던 비키니차림의여자를 발견하면서 보이는 반응을 묘사한 위트있는 작품이다.

도리스 레싱은 단편에서도 결코 서두는 법이 없다.

 

레싱을 읽다가 레싱을 본받게 된 나도 서두르지 않고 독후감을 썼다.

반면 인터넷은 서두는 기색이 역력하다.

자리를 지키고 있지를 못했더니 절로 연결이 끊어졌다.

그것도 모르고 계속 썼다.

에러가 나서 로그인을 하고 보니 어찌된 일인지 독후감의 초반 정도만 자동저장이 되었다.

 

에라~~!

어차피 늦은 독후감인데 뭐,이제 다시 시작하자.

5월의 책으로 걸음걸이를 맞춰보자.

 

 

 

도리스 레싱
마사 퀘스트
도리스 레싱 저/나영균 역
도리스 레싱의 작품과 분석심리학의 접목
박선화 저
가든 파티
제임스 조이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