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부산모임 - 내 손안에 있소이다.

hohoyaa 2010. 4. 14. 22:03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은 내게 있어 늘 가슴벅찬 두근거림이다.

장거리 기차여행역시 예기치 못한 맞딱드림속 미지와의 조우라고나 할까.

어제와 오늘이 같은 날이고 내일또한 오늘과 별다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 지리한 흑백의 시간을 일시에 칼라시네마스코프로 물들일 무언가를 기대하며 하루를 살아내는 40대 후반 아줌마의 삶.

그 40대 마지막 봄이 될 수도 있는 4월 어느 날, 기차를 탔다.

 

 

기차안에서. 

 

서울발 부산행 KTX  11시 40분

 

 

 

책읽는 부족의 후추장님과.

오랜만에 보는 사람마다 살이 쪘다기에 그런가했더니 사진을 보니 정말 살이 많이 올라 얼굴이 무거운 느낌.

후추장님은 늘 발랄하고 패셔너블한 감각쟁이.

우리 알게 된지가 벌써 4년이고 여타의 블로거와는 달리 이런 인연이 오래 갈 수 있는 것도 후니마미님 특유의 친화력과 책읽는 모임덕이 크지 않은가 싶다.

서울사는 어느 누구보다도 세련되고 도회지 여자같은 제주아줌마,후니마미님.

 

 

우리의 마스코트 애교만점 상냥한 민정씨. 

넘치는 에너지로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나이를 잊게 하는 마력의 소유자.

결혼 후 한층 귀여워진 그대가 살갑게 신랑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 누군들 결혼을 꿈꾸지 않으랴.

 

 

 

우린 정말 우연히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오늘 날에 이르고 보니 아마 필연을 가장한 우연이 아니었을까싶다.

 

 

처음 뵙겠습니다.

깜찍한 웬디양과 근육질의 도치님,그리고 놀라운 그녀 굿바이님.

*웬디양 - 닉네임에서 느껴지던, 피터팬과의 관계가 자못 궁금하던 나홀로 연상작용을 여지없이 파괴시킨 늘씬한 이타주의자. 평화주의자. 짧은 시간이었지만 웬디양만의 개성을 물씬 풍기고 떠나간 풋풋한 새벽냄새가 감돌던 아가씨.

*도치님 - 살짝쿵 눈웃음에 모든 여자들이 무장해제되어질 듯한데 아직 혜안을 가진 임자를 만나지 못해 솜털을 가시인양 가장하고 한발자국 뒤에서 관조하는 고슴도치님. 모쪼록 훌륭하기보다는 도치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을 만나 도치일가를 이루길 바랍니다.

*굿바이님 - 아~!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어라.굿바이님을 만나고 세상의 온갖 통속적인 것들과는 거리를 두고 싶게 만드는 깨끗함과 촌철살인의 명석함이라니. 문소리는 감히 범접 못할 고질(高質),난 아무리 봐도 문소리보다 훨신 낫던데.......더구나 책주인 알아맞추기에서 우리 호랑이띠들이 한건 올렸으니 뭔가 통했다고 믿고싶은,나만의 착각이라도 좋답니다. *^^*

 

 

늘 주윗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후추장님이 외간 남자를 만났을 때.  입이 더 벙글어지더라.

 

 

광안리에서 

 

광안리 해변앞 소박한 숙소.

이곳에서 '내사랑 내곁에'를 찍었다는데 이 영화는 보질 못했고 아마도 앞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100%

우리 부족이 함께 묵었던 이 파크호텔때문일 것이다.

 

 

그런데,그런데...이 방이 바로 촬영객실이란다.

흠,의심많은 아줌마는 아마도 선전용으로 모든 방에 이런 선전 문구를 붙여 놓았겠거니 하며 다른 객실을 다녀 보았더니 모두 그렇지는 않은 것으로 봐서 이 방에서 찍긴 찍었구나.

 

 

제주바다와 부산바다는 다를까?

제주에 살아도 바다는 보지 못한다는 후니마미님의 바다조망샷.

 

 

역할에 충실하느라 사진속에 들어가지 못한 웬디양을 뺀 4인.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이색적인 문화센터.

 

그냥 보기만 해도 좋다.참 좋다.

 

동우님의 이끔대로 걸어가는 길.

보도블럭도 이쁘구나. 부산은.  같이 있는 사람들이 좋아서겠지.

 

 

동우님의 만찬.

수많은 회센터를 뒤로하고 골목을 돌아 도착한 곳.

아마도 이 곳은 뜨내기 관광객이 아닌 동우님처럼 멋을 아는 토박이들만의 진정한 맛집이 아닐런가 싶다.

정갈한 상차림에 동우님의 배려하심을 받자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 곳은 2차로 간 호프집.

처음보는 신기한 것에 사진까지 찍어 남편에게 자랑을 했더니 서울에도 이미 있다는 말에 맥주거품이 부글부글 넘치듯이 김이 새버리고 말았다는 후문이.

 

 

우리 이런 시간도 있었답니다.

 

 

기네스 맥주 홍보 퀴즈이벤트에서 열렬하게 반응하던 부족들.

저 기계를 도치님이  한번 만들어보심이 어떠하올런지요~.

 

 

드뎌 젊은 옵화 동우님이십니다.

동우님을 앞서 생각하기에 약간은 까칠한 분이 아니실까 했는데 인상에서 풍기는 그 넉넉함과 푸근함에 그만 스스르 긴장을 풀어놓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 달린 동우님의 댓글을 보노라면 이 분의 댓글은 참 특이하게도 옛문어체로구나 했는데 이번 모임에서 뵙고보니 그 댓글이 모두 구어체였다는 사실에 하하 웃었습니다.

우리 부족을 부산으로 초대해 주심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감사드립니다.

 

 

아침 바닷가 

 

새벽 바닷가.

 

 

 

 

부산 시내에서 

역사가 오랜 완당집. 

 

 

 

 

후루룩 마시는 완당~!

 

 

여기 첫발을 내딛다. 어디?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 저기 맞은 편이다.

부족 모임의 성격과도 잘 맞고 꼭 한번 들르고 싶었던 곳을 후니마미님과 민정이와 함께 둘러 봤다.

 

 

골목은 말그대로 골목.

큰 길에 면하지도 않았고 그리 북적이지 않는 고즈넉한 구석에 소리없이 기다림의 시간을 삼키는 것 같았다.

 

 

서울의 그 곳보다는 좀 정리된 가게앞, 일부러 헌책방을 찾은 이들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골목이다.

헌책방 거리를 다니다가 운이 좋으면 귀한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는 옛말, 역시나 헌책 종류는 대개 참고서와 어린이 전집류,그리고 잡지가 대부분이고 신간을 제 돈주고 사기보다는 좀 전에 나온 책을 싼값에 사려는 이들이 주로 찾는 것 같았다. 미안하게도 욕심이 나는 책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골목에서 서성이기보다 서점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면 보물이 눈에 띄었을까?

 

 

tv 다큐에서 이 장면을 본 기억이 난다.

셔터문마다 이런 그래피티 작품을 남겨 가게문을 내려도 썰렁하지 않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책방 골목이라 그런지 골목이 참 조용했다.

 

 

헌책방중 가장 이쁘달 수 있는 가게.

그 안에 들어가고 싶다.

 

 

유럽의 책마을을 찍은 사진에서나 보았던 그 느낌. 책을 밖으로 진열한 센스. 

 

 

가게안에도 세월이 녹아들어간 손때묻은 골동품들이 곳곳에 놓여있다. 

 

 

첵골목 끝자락엔 이렇게 이쁜 공방도 있었다.

마침 휴일인지라 구경은 밖에서만 했는데 아마도 보수동 헌책방 골목의 낡은 책꽂이와 삐걱거리는 의자가 이 공방을 거쳐가면 정감어린 새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점점 보기 힘들어지는 높다란 계단길.

 

 

그런 계단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의미있는 공간으로 앨범 한쪽을 차지 할 것이다.

 

 

이런 가게를 아주 어린 시절에 본 적이 있다.

동네에 있는 양품점이나 전기상회등등이 저런 진열장을 갖고 있었는데 여름 밤이면 부나비들이 수없이 날아 들고 우리는 그 진열장의 불빛에 의지해서  밤깊은 줄 모르고 놀곤 했었다.아침녘이면 떨어져 죽은 하루살이들의 시체가  산처럼 까맣게 쌓였고 어느 집 부지런한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빗자루를 들고 나와 네것 내것 가리지 않고 골목을 쓸어 주곤 하셨다.

서울엔 이런 곳이 벌써 없어졌는데 이 곳 부산엔 아직 남아 있었다.

 

부산모임,일탈을 꿈꾸었던 이 아줌마에겐 아쉽고 아쉬운 일장춘몽이었어라. 

아, 그리고 샛별님과 쟁님을 위한 책부족의 선물은 제 손안에 있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