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내가 설마 구강암은 아니겠지.......

hohoyaa 2010. 2. 12. 12:39

 언제부터인가 피곤하면 입안이 먼저 요동을 친다.

혀도 많이 부르트고 갈라지고 왼쪽 아래 어금니 근처 잇몸이 아픈지는 한참이 되었다.

치과에 갔었으나 엑스레이로는 충치등의 소견이 안보인다고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음식을 먹을 때면 아파서 그 쪽으로는 씹을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툭하면 양쪽 볼살을 씹어 절절매는 것은 보통이고 혀로 잇몸 근처를 만지작거리다보면 뭔가 뾰족 돋아있는 경우도 있어 터뜨려도 보고 잘 아무는지 궁금해서 입안을 들여다 본다.

그러다가 언뜻 발견한 것.

내 입안이 이렇게 생겼었나?

 

 

난 이게 보통인 줄 알았다.

어젯 밤 남편한테  입안을 보여주며 요즘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런가 이런 융기가 좀 커진것 같다고 남편의 것을 좀 보자했더니 깜짝 놀란다.

자긴 입안에 이런게 없다는 것이다.

어? 원래 누구나 다 있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그러고 남편의 입안을 보니 정말로 이런 것이 없다.

남편 말로는 내 입안에도 전에는 이런게 없었다는데 나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얘가 생기기 전의 내 입속 풍경은 기억에 없다.

난 그저 얘가 있는 순간부터만 기억한다.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는 말에 명절이 끝나면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심장이 너무 힘들면 그 기운이 잇몸으로 온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더니 애들한테 이 입속을 보여주고 그 말을 좀 해주란다.

내 입속이 이렇게 된게 애들 탓만은 아닌거 자기도 알제??

 

오늘 오후 인터넷 검색을 했다.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구강암.

'구강암'을 검색창에 쳐놓고 엔터를 치고 그 다음에 대강의 문서들을 읽는다.

차마 구강암의사진까지는 보지 못하겠더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아이들 생각이 나고 친정 엄마 생각에 이 블로그 문 닫는 문제를 심각히 고민해 본다.

살펴보니 구강암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구강암의 전조증상?
'입안의 혹'이라는 검색어를 넣는다.

여러가지 혹이 니왔으나 대개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크기를 설명하는 단어 자체가 나의 것과는 맞지 않는다.

이렇게 저렇게 헤매이다 드디어 찾았다.

 

외.골.증.

 

저렇게 튀어나온 조직은 뼈 성분으로 외골증의 일종인 '토러스'라고 하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해서 그런 골융기가 생기는 줄은 아직도 모르고
특별히 문제를 유발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거할 필요가 없으며
보철을 할 경우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제거해야 할 경우가 있으나

뼈가 없는 부위 임플란트시 이 부위의 뼈를 이용하여 자가골 이식을 할 수 있단다.

                                         

 

나도 그랬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속을 거울로 들여다 보는 경우가 없어서 어느 날 갑자기 이걸 발견하게 되는데 너무 놀랄 필요는 없겠다.

인간사 새옹지마라니 이 정보를 알기 반나절 동안은 지옥의 문앞에서 서성이며 별의별 생각을 다했는데

이제는 나중에 임플란트를 하게 될 경우를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위안이 된다. 

어제 이글을 쓰다 말고 오늘 이어 쓰면서 다시 혀끝으로 요녀석들을 어루만져보니 크기가 좀 줄은 것 같다.

부기가 빠진 느낌이랄까?

심할 경우 혀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고민이 될 정도로 크게 느껴지던 녀석이 오늘 아침엔 그저 달고 살만 하다.

원인불명의 무해한 녀석이라지만 아무래도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것이리라 믿고 

식구들에게 선전포고를 해야겠다.

 

나,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말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