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책장 만들기
이번엔 거실에 분해조립책장을 들였습니다.
2년 전 조카의 결혼선물(http://blog.daum.net/touchbytouch/16646258)로 마련해 준 책장의 기억을 더듬으며 만든 두번째 책장.
사실 이 책장은 과정과 모양이 단순해서 다른 가구에 비해 만드는 재미는 덜합니다만 필요에 의해 인내심을 갖고 만들었지요.
지난 번과는 달리 이번엔 공구사용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고 그 자세한 과정을 설명하려 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지켜봐 주세요.
***제작과정
나무는 홍송 24T(2230*200=4) 18T(900*200=3, 800*200=12)
제일 먼저 많은 책들을 지탱해 줄 4개의 옆판에 직소로 걸레받이를 따줍니다.
이 공구의 이름은 모르는데 지지가 되는 옆판에 높낮이 조절구멍을 균일하게 뚫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지난 번에는 2m가 넘는 나무에 일일이 송곳으로 포인트를 찍고 드릴플러스로 뚫어 주느라 무진장 힘이 들었었는데 이 공구를 이용하면 시간도 노력도 가히 1/10 정도로 줄여 줍니다.
옆판을 세워서 출발점에 표시를 해준 후 이렇게 눈금을 맞춰 스위치를 켜고 앞으로 쑤욱
밀어주면 한 번에 두개의 구멍이 뚫어지지요.
그러나,운이 안 좋았는지 이제까지 아무 트러블이 없던 공구의 부속품이 제 차례에 와서 부러지는 불상사가 발생. 수입산이라 별도의 a/s도 못받고 공방장님이 이 부속품 셋트를 한조 구입하시는 출혈을 감내하셨다는.
그리고 또 이런 경우도 발생.
아무 생각없이 하다 보면 밀림현상이 일어나 이렇게 구멍의 위치가 움직이기도 하지요.
그럴 경우엔 틀린 곳이 아닌 다음 차례에서 다시 치수를 재서 시작해야 하는데 실수로 같은 곳에서 시작을 하는 바람에 눈사람모양의 구멍이 생겼네요.그러나 어차피 선반을 놓을 때 이 곳만 피해주면 수평에는 큰 문제가 없고 책을 꽂으면 저 곳도 가려질터이니 괜찮습니다. ^^;
이렇게 가공이 다 끝났습니다. 멋져부러~~!!
다음은 이 버니어라는 공구로 선반에 철물이 들어갈 곳에 포인트를 잡아줍니다.
각각의 수치가 달라서 아예 두개의 버니어를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아래에서 9.5 옆에서 40
철물(라픽스 하우징)이 들어갈 그 교차점에 표시를 해주고 드릴플러스로 홈을 파 줍니다.
아흑~! 여기서도 실수가 생겨요.
밑에서 받쳐주는 힘이 없이 마구잡이로 뚫다가 나무의 결이 벌어지는 바람에 목공용 본드를 이용해 붙여 주었답니다.이 역시 공정이 다 끝난 후 보면 어느 것이 실수한 것인지 알아볼 수가 없어서 다행이지요.
가공이 끝나면 100방→220방으로 사포를 해서 원목결이 잘살려 스프러스화이트로 칠을 해주고 마감재를 바르고 마지막으로1200방 사포를 하면 유리알처럼 매끈한 표면을 갖게 됩니다.
***조립
집에 가져와서 벽면에 설치를 합니다.
한사람만의 힘으로는 부족하고 두사람이 사이좋게 협동해야 한답니다.
옆판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선반을 끼워 수평도 체크해 가면서 말이지요.
선반이 너무 약하지 않을까 걱정인가요?
나무에 철물을 더하면 훨씬 강한 힘을 발휘하니 걱정없습니다.
옆판에 끼운 라픽스볼트에 선반을 올려 하우징을 결합하는 모습입니다.
볼트에 하우징을 결합해서 위와 같이 드라이버로 돌려주면 볼트를 감싸안듯 꽉 물어 준답니다.
드라이버를 이용해 조이기 전과 조인 후의 차이가 육안으로 구별이 되지요.
한층 튼튼해진 모습입니다.
이렇게 해서 조립이 끝났습니다.
선반 너비 900mm짜리는 가운에 책상이 들어갈 자리라 책상크기에 맞추었고 양옆의 선반은 800mm입니다.
선반 맨아래는 책을 꽂지 않고 서랍으로 할 생각이었는데 깊이가 200mm밖에 안되어 생각중입니다.
보통은 선반의 깊이를 250mm 이상으로 하는데 특별한 책이 아닌 이상 거의 모든 책들이 200mm 이하라도 충분히 들어가겠더라고요. 그러나 천장에 고정하기 위해 부착하는 철물의 위치도 생각을 해야 하니 그 이하는 아무래도 실효성이 없을 듯하고 그래서 200mm정도면 그리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결정했지요.
구멍이 30mm간격으로 조르르르 있어서 원하는 위치에 콘센트를 부착하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책상이 들어가니 공간이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아서 기분이 좋아요.
이렇게해서 조립완료된 모습입니다.
책이 너무 꽉 차있으면 답답해서 가운데 칸은 좀 비웠습니다. 역시나 울 딸 하나의 그림으로 뽀인트.
서랍을 열어보니 책장의 간섭도 받지 않고요.
요 점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아마 전체적인 책장의 깊이를 250mm로 했으면 서랍을 열지 못할 뻔 했습니다. 휘유~~! 십년 감수.
울 상혁이의 말을 빌자면 이 곳이 바로 '엄마 세상'이라는군요.
앉아서 젤 가까운 곳에는 우리 책읽는 부족의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이 있고
아랫칸에는 제빵관련 책도 꽂아 두었지요.
이 책장을 세우고 책들을 옮기면서 장애 아들을 작곡가로 키운 오에 겐자부로의 '빛의 음악'을 사 놓고는 잊고 있었던지라 저렇게 앞에 세워두고 곧 보리라 했는데 상혁이는 요 며챌새 이 곳을 늘 유심히 보더군요.
유난히 저 책을 뚫어져라 보고 또 보고 하길래 관심이 있는가보다, 기특하게 생각을 해서 물어 봤어요.
"상혁이 이 책에 관심있니?"
"음... 저 사람이 이 아저씨의 아들이에요?"
"응."
"장애인이고요?"
"응, 한 번 읽어볼래?"
"아니...... 난 이 사람이 꼭 이혁재같이 생겨서 이혁잰줄 알고."
엄마의 기대가 너무 컸던게지요. 아닌게 아니라 부리부리한 눈매가 닮긴 닮았어요. ㅎㅎㅎ
그 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손뜨개관련 책들과 애니메이션 책들도 여기 저기 나누어 배치해 주었습니다.
그 중 과하게 큼직한 책은 저렇게 바닥에 놓아 두었는데 아무래도 자리를 옮기게 되지 싶어요.
상혁이가 골라서 꽂은 책들.
방에 있는 것들은 그것대로 방에서 보고 엄마와 함께라면이런 책들을 읽고 싶은가 봅니다.
간간이 보이는 애니메이션 책들은 모두 영어이긴 하지만 그림보는 것만해도 아주 재미있어요.
늘 있었던 책들인데, 거실에 옮겨주었을 뿐인데 하나도 상혁이도 마치 새로 산 책인냥 이것저것 빼서 보네요.
그런데 아침부터 '유령신부'를 꺼내 보던 녀석,결국 하루종일 DVD와 놀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