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yaa 2010. 1. 30. 09:18

아침 8시에 남편과 상혁이는 집을 떠났다.

청송으로 둘만의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겨울 방학동안 누나도 바쁘고 아빠도 시간내기가 힘들어 간간이 태권도장에서 체험학습가는 것말고는

제대로 가족여행 한 번 가지 못해 안쓰러웠는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들뜬 마음으로 아빠와  고고씽이다.

( 아마 tv에서 볼 수 있을 겁니다. ㅎㅎ )

집에서는 하나와 나 - 우리 여자들만의 1박2일이다. ㅋ~

이참에 밥하기 복불복을 한 번 해볼까??

 

어젯밤엔 피자를 다시 만들었다.

5분을 더 구웠더니 지난 번보다도 훨씬 맛있게 잘되었다.

오늘 아침에 어제 남긴 피자를 먹겠다해서 다시 데워주었는데 그 맛도 좋다한다.

웬만해선 감탄을 하지 않는 남편은 어제부터 오늘까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한다.

뭐든지 척척 잘 만든다고 대단하다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 강조를 해준다.

그 말을 듣고 난 "에헴!! 결혼 잘했지?" 하고 한 번 더 강조를 하고.

한 편으로는 맘이 켕겨서 남편이 사준 식기세척기덕이라고 고마움을 표현해 준다.

부엌 살림에 관심이 많은 남편은 늘 내가 손목을 아파하니까 식기세척기를 사주었는데

처음에는 그런게 다 번거롭고 싫더니 막상 사용을 해보니 편한 점이 있다.

부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니 자연 설거짓감이 많이 쌓이고 뒷정리에 시간이 많이 들어간다.

그럴 때 일단 그릇들을 세척기 안에 넣어 돌려주고 나머지 시간에 뒷정리를 하니 가사 노동이 반으로 줄었다.

그래서 남편은 생각날 때마다 "식기세척기 잘 샀지?" 하고 나도 식기 세척기 덕을 보니 좋다고 말해 준다.

남편이 도와 주는 것을 귀찮아하는 나는 부득불 설거지를 도와주려는 남편에게 하지말라고 혼자 하겠다고

짜증을 내고 그러면 남편은 남편대로 기분이 상해 분위기가 아슬아슬해지는 때도 있었다.

식기세척기가 있으니 남편은 혼자 돌아서서 설거지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 좋고

나는 남편이 집안에서 유일한 내 구역인 부엌을 침범하지 않아 좋다.

식기세척기 덕분에 음식을 해도 뒷정리 걱정이 안되어 좋다고 하니

상혁이는 엄마가 이런 맛있는 것을 만들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며 식기세척기에 대고 큰 절을 올리고

엄마인 내가 식기세척기에게 삐칠까 봐 내게도 큰 절을 올렸다.

요럴 때 상혁이의 능청스러움에 우리 모두 웃고 만다.

 

며칠 전부터 블로그에 글쓰기가 자꾸 미루어진다.

종이로 사라지는 숲이야기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고픈 책이라 독후감을 쓰고 싶었는데,

채털리부인의 연인도 재밌게 읽어서 금방 독후감을 쓰리라 생각했는데,

다 읽은 책을 어디에 꽂아두질 못해 자리를 못잡고 굴러다니는 것을 보니 답답했다.

책을 정리해야겠다고 공방에 나가 책장을 만들다 보니 하루가 금세 간다.

다음 주에 책장을 가져와서 정리를 좀 하면 답답했던 마음도 시원해지려나.

아니면 늘어나는 살림살이에 더 답답해지려나.

 

어느 새 2010년의 첫 달이 지나고 있다.

한 해, 한 해 세월이 갈수록 자신감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작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올해는 부쩍 내 나이 생각이 많이 난다.

내가 나이 먹는 이야길 할라치면 하나도 상혁이도 기겁을 하고 그런 생각도, 말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나이는 먹어지는 것, 그런데 마음은 정말 이팔 청춘 - 꽃피던 그 시절에 머물러 한 발짝도 앞으로 오려하질 않는다.

 

다음 주면 상혁이도 개학을 하고 그리고 곧 봄방학.

하나 졸업식이 있고 입학식이 있고.......

3월이 되면 또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들뜨고 나름대로 바쁠 것이다.

아마 3월이면 사방팔방으로 뛰쳐나가려는 내 마음을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