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스크랩) 하나의 감성프리즘

hohoyaa 2010. 1. 2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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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 줄리아 (Julie & Julia)

감독 노라 애프론
출연 메릴 스트립, 에이미 아담스
제작 2009 미국, 122분
평점

기억에 남는 명대사
I'm Julia Child. Bon appetit!
눈에 띄는 캐릭터
생각할 것도 없이 줄리아다. 그녀의 쾌활한 성격이나 요리 솜씨, 대인 관계 등 모든 것이 부럽다. 물론 내가 노력해야 줄리아와 가까워지겠지만.

{Julie & Julia}
 
줄리 줄리아는 요리를 제재로 한, 두 여성의 생활을 그린 영화이다. 
 
 
주인공 줄리아.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이 인물은 사진 속의 엘리트 남성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요리를 배운다. 요리를 하던 중 실수를 해도 '주방에 다른 사람이 없으니 괜찮아요'라고 하는 ~한 성격의 소유자다. 
 
 
또 다른 주인공인 줄리와 그녀의 남편인 에릭.
스트레스 가득한 공무원의 삶에서 탈출구를 찾던 중 에릭의 권유로 줄리아의 레시피를 실현하는 프로젝트를
기획, 블로그를 통해 실천해 나간다.
 
 
줄리의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장면.
학창시절 가장 똑똑했던 줄리는 고작 공무원이나 된 자신이 한심해지고 여기저기 바삐 돌아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그들의 성공을 부러워한다. 내가 생각해도 줄리의 친구들은 뒤웅박팔자가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 멋있다.
 
 
줄리아와 그의 남편 .
대머리에 부인보다 작은 키. 요즘 말하는 훈남과는 거리가 먼 외모지만 줄리아에게는 더없이 좋은 남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줄리는 친구들을 초대해 자신의 요리를 선보이며 즐거운 파티를 갖는다.
 
-
 

     이 영화처럼 기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집의 빈부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뒤웅박을 당시 남편에 의해 삶이 바뀌던 여자들에 빗댄 것인데, 한없이 자상한 남편만 나오는 이 영화에 적용하면 꼭 나쁜 말은 아닌 것도 같다. 하지만 만약 줄리아나 줄리이나 에릭같은 남편을 맞지 못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점차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지위가 높아지면서 전보다는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여성들이 느는 추세이지만 줄리아와 줄리처럼 완전히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드물다. 특히 기혼여성이라면 더욱. 전업주부라면 자신의 수입이 없으니 뭐 하나 하려면 눈치를 봐야 할 것이고, 직장맘이라면 회사에서 일하랴, 집안일 신경쓰랴 여가나 취미생활은 꿈도 꾸지 못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아직 여자는 '뒤웅박'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 속 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취미를 만족스럽게 즐기는 것일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내 눈엔 충분히 그렇게 보인다. 물론 줄리아는 요리가 단순히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되어 줄리와의 입장은 다를지 모르지만 결국은 둘 다 요리를 통해 그네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싶어했으니 취미로나 직업으로나 성공한 것이다. 줄리는 지루한 공무원의 삶 속에서 탈출구가 필요했고, 줄리아는 남편의 일 때문에 프랑스로 집을 옮기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할 거리가 필요했다. 둘 다 요리를 통해 행복해졌으니 그걸로 OK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여성들은 모두 줄리와 줄리아를 부러워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까지 받으니 말이다. 또 남성들은 "그건 요리가 결국 그 남편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니 그런거지."하면서 아내의 취미를 알게모르게 제한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시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내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에릭과 폴이 꼭 '요리'였기 때문에 아내의 취미를 인정해줬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내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여성이 여가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률 저하가 꼭 경제적 부담때문일까? 물론 그런 이유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자기의 시간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시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서양처럼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내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된다면 출산률이 저하되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말이 삼천포로 빠졌지만 결론은 이거다.

 

"여자들이여, 우리의 인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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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대사인 'Bon appetit' 는 '맛있게 드세요' 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영어로 하면 'Help yourself!'쯤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