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하나의 감성프리즘





이 영화처럼 기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말이 있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집의 빈부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뒤웅박을 당시 남편에 의해 삶이 바뀌던 여자들에 빗댄 것인데, 한없이 자상한 남편만 나오는 이 영화에 적용하면 꼭 나쁜 말은 아닌 것도 같다. 하지만 만약 줄리아나 줄리가 폴이나 에릭같은 남편을 맞지 못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점차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늘고, 지위가 높아지면서 전보다는 여가를 누릴 수 있는 여성들이 느는 추세이지만 줄리아와 줄리처럼 완전히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드물다. 특히 기혼여성이라면 더욱. 전업주부라면 자신의 수입이 없으니 뭐 하나 하려면 눈치를 봐야 할 것이고, 직장맘이라면 회사에서 일하랴, 집안일 신경쓰랴 여가나 취미생활은 꿈도 꾸지 못 할 것이다. 이런 현실을 보면 아직 여자는 '뒤웅박'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영화 속 여자들은 모두 자신의 취미를 만족스럽게 즐기는 것일까?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몰라도 내 눈엔 충분히 그렇게 보인다. 물론 줄리아는 요리가 단순히 취미가 아닌 직업이 되어 줄리와의 입장은 다를지 모르지만 결국은 둘 다 요리를 통해 그네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싶어했으니 취미로나 직업으로나 성공한 것이다. 줄리는 지루한 공무원의 삶 속에서 탈출구가 필요했고, 줄리아는 남편의 일 때문에 프랑스로 집을 옮기면서 생긴 스트레스를 해소할 거리가 필요했다. 둘 다 요리를 통해 행복해졌으니 그걸로 OK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여성들은 모두 줄리와 줄리아를 부러워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는 것 뿐 아니라 남편의 적극적인 외조까지 받으니 말이다. 또 남성들은 "그건 요리가 결국 그 남편에게도 좋은 일이었으니 그런거지."하면서 아내의 취미를 알게모르게 제한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을 합리화시킬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내가 여자여서가 아니라) 에릭과 폴이 꼭 '요리'였기 때문에 아내의 취미를 인정해줬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아내와 엄마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여성이 여가시간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출산률 저하가 꼭 경제적 부담때문일까? 물론 그런 이유가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나는 자기의 시간을 지키려는 여성들의 시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서양처럼 남편이 집안일을 도와주고 아내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한국에도 정착된다면 출산률이 저하되는 지경에는 이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래저래 말이 삼천포로 빠졌지만 결론은 이거다.
"여자들이여, 우리의 인생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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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명대사인 'Bon appetit' 는 '맛있게 드세요' 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영어로 하면 'Help yourself!'쯤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