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만들어 본 추석선물셋트 월병과 약식
추석입니다.
일 년중 우리나라 며느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날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울 엄니 친정-그러니까 제 외가에서는 올해부터는 제사를 모시지 않기로 했다고 얼마전 다녀가신 엄니가 말씀하시더군요.
외갓집은 영의정을 지내신 선대 할아버지도 계시고 나름 선비 집안의 가풍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80이 다되도록 종갓집 맏며느리로서의 책무를 성실히 해오신 당숙모께서는 개성출신으로 여느 집 못지않게 정성으로 제사를 모셨더랬지요.
제가 어렸을 때 일년에 한번씩은 집집마다 미숫가루를 돌리셨던 당숙모.
당숙모께서는 개성에서 여고를 다니다 1,4후퇴 때 피난내려 오셨기에 늘 비상식량으로 미숫가를 준비하셨다가 한 해가 무사히 지나면 그 비상식량을 다 소비시키고 다시 새로운 비상식량을 준비하셨다는 것을 좀 더 커서 알았습니다.
주택에 살다가 아파트로 옮겨살게 되자 제일 먼저 확인한 것이 엘리베이터안에 관이 들어갈 수 있는가 였지요. 저희 외할아버지만해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관이 들어가질 않아 12층을 상주들이 계단으로 내려왔습니다.
당시에는 크레인에 매달린 관을 보는 풍경이 낯설지 않았었기에 노인을 모시고 사는 입장에서 그렇게까지 신경을 쓰셨던 게지요.
결국에는 그 아파트에서 초상을 치루게 되었는데 조문객이 많아 아파트 잔디밭에까지 천막을 치고 집에서 끓인 육개장이며 음식들을 내왔는데 그 규모에 비해 어찌나 조용하게 일처리를 잘하셨는지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당신의 아들을 앞세워 조문을 오셨다고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분이지만 이런 천복을 받으신 분이 누군가 궁금하고 아들에게는 장례 치루는 것이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고 싶으셨다고 합니다.
제사나 명절,어른들 생신날이면 어른들만 해도 20명이 넘게 모이고 한 집에 셋씩되는 아이들까지 하면 그야말로 방방이 떠들썩하고 먹거리가 풍성한 그 이면에 당숙모님의 주름이 깊었음을 시집을 오고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딸이 없이 아들만 두신 당숙모는 늘 환한 웃음으로 맞아 주셨고 요즘 우리같은 며느리들이 입에 달고 사는 허리 아프네 어쩌네하는 얘긴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아들만 두셨기에 부엌에서는 일 손이 부족할 수 있지만 제사 음식을 상에 올리는 것이며 제기를 손질하고 밤을 치는 일등등은 모두 당숙과 남자 사촌들 몫으로 알고 있기에 모든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정성스런 차롓상앞에서 축문을 읽고 가끔은 외삼촌이나 당숙들이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억을 글로 적어 낭독하기도 하는 외갓집의 제사 풍경은 지금 생각해도 절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간혹 제사와 명절 스트레스때문에 분란이 일어나는 집안 얘기를 뉴스를 통해 들으면서는 당숙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지요.
그렇게 평생을 해오신 제사며 차례를 이젠 안모신다고 합니다.
바쁜 세상을 사는 며느리들도 고생이고 벌써 80이 다 되신 연세에 언젠가 당신이 돌아가시면 흐지부지해질 것이기에, 이런 것은 어른이 결정해야 아랫사람이 편하다고 생각을 하셔서 윗 선대 어른들은 절에 모셨고 돌아가신 당숙어른만 당신 살아계시는 동안 제사를 모시겠다고 하셨답니다.
이 땅에서 여느 며느리 못지 않게 매운 시집살이도 하셨고 종부로서 물 한방울 나지 않게 도리를 지켜 오신 분, 그리고 맞벌이 하는 며느리를 위해 아래로는 손주들을 예의 범절 기가 막히게 키워주신 당숙모님.
아이들이 컸으니 더이상 할머니의 손길이 닿지 않아도 될 것이라 이제는 분가준비를 하시면서 제사도 정리를 하셨답니다.
며느리로서 사실 명절이 꼭 좋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날 안 만나면 우리가 한 집안인 것을 어찌 알 수 있을까요?
저도 직장 생활 할 적에는 명절 날 부모님 찾아 뵙는 것이 다인줄로 알았는데 이렇게 블로그를 하고 솜씨좋고 맘씨 좋은 블로그친구들을 알게 되니 명절같은 특별한 날엔 작지만 정성이 깃들인 무언가를 준비하고픈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올해 추석에는 남편의 스케쥴 때문에 귀성은 힘들 것 같아요.
마침 지난 주말에 가족 행사가 있어 목포에 다니러 가면서 월병과 약식을 만들어 갔지요.
막내 시누님이 약식을 좋아하는데 지난 여름 서울에 올라오셨을 때 못해드린 것이 서운해서 약식만 만들어 가려다가 일이 커져서 월병까지 만들게 되었습니다.
약식은 많이들 아실터이고 제가 처음 만든 월병 구경을 좀 해보실래요?
반죽재료; ①쌀가루 강력분 270g,아몬드가루 30g,계란 2개,물엿 60g,버터 60g,설탕 50g,소금 2g,
②쌀가루 박력분(중력분) 360g,아몬드 가루 160g,계란 2개,연유 160g,설탕 80g,소금 1/2작은술
월병속; ①팥앙금 150g,호박앙금 150g,기타 말린과일과 견과류,계피가루
②팥앙금 500g,호박앙금 500g,기타 말린과일과 견과류,계피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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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는 인터넷에서 찾은 두가지 입니다.
아래 사진들은 ①번 레시피로 월병 20개 정도의 양이고 입니다.
②번은 사진이 없지만 버터가 안 들어가 훨씬 간단하고 월병이 약 50개 정도 나옵니다.
중탕으로 버터,물엿,설탕,소금을 녹여 줍니다.
설탕이 녹으면 한김 식혀서 계란 풀어 놓은 것을 넣어 잘 섞어줍니다.
가루류도 체에 쳐서 넣어 주고요.
반죽이 다되면 비닐에 싸서 냉장고에서 3시간 정도 휴지시켜 줍니다.
반죽을 꺼낼 시간이 되면 앙금을 준비해야죠.
호박앙금에는 건무화과와 각종 말린 과일류를 넣어 주었습니다.
특히 전 씹히는 맛이 좋은 코코넛채를 넣었는데 건무화과의 새콤하게 씹히는 맛도 의외로 좋더군요.
그래서 두번째 월병에는 아예 무화과와 코코넛채를 위주로 했습니다.
팥앙금에는 견과류를 모아모아 넣어주고 계피로 입가심.
팥앙금을 만들면서 설탕을 덜 넣었기에 달지 않으면 어찌할까 ,꿀을 더 넣어줄까 했는데
오히려 뒷맛이 깨끗하고 좋다더군요.
앙금과 반죽을 같은 양으로 (약 25g) 동글동글 만들어 줍니다.
이렇게 납작 눌린 반죽위에 속을 넣고 싸주면 되는데 어차피 월병틀에 넣어 꾹 눌러 만들것이니
애써 모양을 다듬지 않아도 됩니다.
대충 속이 안터질 정도로만 ......^^
월병틀에 넣고
바닥에 대고 꾸욱 눌러주면 이렇게 선명한 무늬가 나옵니다.
연습삼아 사각틀로도 해봤는데 사각은 크기가 커서 반죽과 앙금의 양을 두배로 해야 통통하게 나오겠네요.
계란물은 상혁이의 솜씨입니다.
180도에서 20분 구웠는데 쌀가루로 해서인지 색이 좀 연해서 10분 더 구웠더니 좀 바삭하네요.
그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촉촉해지니까 염려 없습니다.
첫번째는 연습용이었고 두번째 레시피로 다시 만들었습니다.
월병틀은 중형이고요.
급히 만든 약식도 함께 넣었는데 저 빈자리를 보니 이왕이면 후니마미님의 노란양갱도 한줄 만들어 넣었으면 상자가 딱 맞았을 것을...하고 아쉬움이 남네요.
새벽에 출발할 것이라 전날 2시까지 이런 박스를 6개 채우고 시험때문에 가지 못하는 하나를 위해 집에도 좀 남겨 놓았어요.
작은 것이지만 다들 기쁘게 받아 주셨고 약식도 맛있지만 저 월병은 진짜 맛이 좋다고 빵집하라는 말도 들었답니다.
저희 아버님도 며느리가 이런 것 만드는 것을 안스럽게 보시기에 늘 고생하지 말고 사먹으라고 하시지만 이번에는 보기도 아깝다고 너무 좋아하셔서 제 마음이 더 기뻤답니다.
약식; 찹쌀4컵을 4~5시간 정도 불려 놓았다가 흑설탕 2컵,간장 3큰술,참기름 3큰술,소금 1작은술,
계핏가루 1작은술,밤을 넣고 압력솥의 백미고압으로 밥을 합니다.
다 된 약식을 평평하게 만들어 등분하고 그 위에 대추와 잣으로 모양을 내줍니다.
요거이 아주 간단합니다~!
좀 복잡한 약식 만드는 법 http://blog.daum.net/touchbytouch/8316278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일 가족들.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결혼의 법칙.
저는 며느리이기도 하지만 올케들에게는 하나밖에 없는 시누이이기도 합니다.
같은 서울 하늘아래 있어도 일년에 몇번 만나기 힘든게 서울살이이고 시누올케간이지요.
명절 날 어쩌다 본가에 가지 못해 친정에 가는 날이면 올케들을 보면서 저의 모습을 투영시켜 봅니다.
조카들의 웃음소리도 듣기 좋고 친정 부모님,오빠와 남동생의 푸근함도 좋지만 올케들의 환한 미소가 제일로 큰 위안이고 귀한 선물이 되어 돌아 오더군요.
고되더라도,속은 그렇지 않더라도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명절.
기왕에 내 앞에 던져진 주사위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을까요?
다가오는 한가위에는 명절 스트레스로 인한 그런 뉴스가 안나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