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혁이의 눈물
하나 아빠 생일인데 맛있는 것 해먹었느냐고 목포에서 어머님이 전화를 하셨다.
지난 일요일 큰시누님이 돌아가시고 두번째 받는 어머님 전화인데 다행히 목소리가 어둡지 않아 저으기 안심을 하던 차였다.
상혁이를 바꿔 드리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상혁이의 입에서 고모라는 말이 나왔다.
불안했지만 설마설마 했는데 암이라는 말과 돌아가셨다는 말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황급히 전화를 바꿔드니 아니나 다를까 어머님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진정시켜드리려는 내게 괜찮다시며 상혁이가 어쩜 그렇게 속이 찼는가 모르겠다고 울먹이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옆에서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던 상혁이에게
"상혁아, 큰고모가 할머니의 딸인 것 알지? 고모가 돌아가셨으니 할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시겠어?
왜 갑자기 큰고모 이야기를 했어?" 물으니
상혁이는
"할머니가 아빠한테 생일선물 드렸냐고 물으시길래 못드렸다고 얘길했거든.그랬더니 할머니가 왜 못드렸냐고 하시는거야.그래서 용돈이 없어서 그렇다고 얘길하는데 갑자기 우리 반 애가 자기네 고모는 자기통장에 용돈 30만원을 넣어 줬다고 자랑을 한게 생각이 나는거야. 그 때 나는 만약에 가난하거나 고모가 없는 아이들이 저 얘길 들으면 얼마나 슬플까 생각했는데 그 때 우리 고모는 암에 걸렸기 때문에 슬프기도 했지만 그래도 돌아가시지는 않아서 고모가 나을 수 있으면 그까짓 용돈 안 받아도 나는 괜찮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고모가 돌아가시고 안계시니까 그런거 다 잊어버릴거라고 그랬어."
"그랬어?"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데, 3학년 올라오기 전에 봄방학 때만 해도 고모가 건강하셨었는데 갑자기 건강이 안좋아져서 나도 슬펐어. 지난 번에 마지막으로 병원에서 고모를 만났을 때 안아드리려고 했는데 그렇게 못해서 지금은 가슴이 너무 많이 아퍼. 내가 손도 잡아 드리고 안아 드리려고 했는데 내가 그렇게 하면 고모가 너무 아파할 것 같아서 못했는데,,,집에 오기 전에 다시 가서 안아 드리려고 했는데 누나가 엄마랑 고모랑 아빠랑 중요한 얘기하신다고 못가게 해서 그냥 온게 너무 마음이 아퍼."
줄곧 울면서 얘길하는 상혁이를 보니 나도 설움이 복받쳐 올랐다.
"상혁아,고모가 네 마음 다 알고 계셔. 그러니까 이제 그만 아퍼해. 고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상혁이랑 누나한테 운동화도 사주셨잖아. 상혁이 마음을 알고 계시니까 고모 건강하셨을 때 모습 기억하고 열심히 뛰어 놀으라고 사주신거야."
상혁이를 품에 안고 둘이서 한참을 울었다.
장례식장에서도 울기만 하는 누나보다 먼저 국화꽃 한송이를 고모에게 드리며 눈물을 훔치기에 아직 어린 아이라 상실감이 크지 않은가보다 했는데 오늘 큰고모 얘길 하면서 대성통곡을 하는 상혁이를 보니 어린 마음에 적잖이 충격이었었구나 싶다.
슬펐는데,울고 싶었는데 마땅히 자기가 울어야 할 시간과 장소를 몰라 울지 못했기에 가슴이 먹먹하고 아팠는가 보다.
요 며칠 속이 안좋다고 하는 소리를 단순히 밥먹기 싫어서, 약먹기 싫어서 둘러대는 핑계인 줄 알았더니 10살 꼬마의 가슴이 분출되지 못한 슬픔으로 그리도 답답하게 막혔었구나.
실컷 울고나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 아이의 얼굴을 보며
그 지독한 아픔에서 벗어나 하늘나라에서 환하게 웃고 계실 고모를 생각하자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