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것 만지기(kitchen)

번개 기념 선물

hohoyaa 2009. 2. 12. 11:11

난 원래가 아기자기한 잔정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

사춘기 시절을 지나며 친구들의 편지를 받더라도 열통에 한통 정도 답장을 할까말까하는 정도로 무심한 성격이다.

더구나 간혹 모임에서  참석자들에게 일일이 이쁜 포장을 한 작은 선물을 돌리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존경심과 더불어 매사를 귀찮게 생각하는 내 자신이 어찌나 부끄러워지던지~.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는 달리 제과제빵이라는 것은 선물용 아이템으로 아주 그만인 것이다.

나도 남들처럼 카페 번개에 들고 나가려고 하루 전에 급히 만드느라 일일이 과정샷은 없지만 기념으로 몇 장 찍어놓은 것이 있다.

 

 

요건 양갱이다.

커피를 넣어서 쌉싸름한 맛이다.

호두도 부숴서 넣었다.

저 모양을 낸 틀은 몇 년 전 애들에게 젤리나 아이스크림을 해주려고 사 두었다가 한 번이나 사용했을까?

이번에 양갱을 넣어 굳혔더니 모양이 아주 이쁘게 나왔다.

그러나 역시 실리콘이 아니라 빼내는 공력이 만만찮게 힘들었다.

이런 소소한 재미때문에 이젠 명절이 기다려진다.

 

 

 

ㅎㅎㅎ 또 상투과자다.

 몇 번 해봤더니 나만의 레시피가 정해졌다.

시판되는 앙금이 너무 달아서 꿀은 아예 넣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집에서 두고 먹을 것이 아닌 포장을 해야 한다면 하루 전에 만들어 수분을 미리 날려주어야 포장안에서 눅눅해지지 않을 것 같다.

말리느라 말렸는데도 혹시나 싶어 층층이 종이로 임시방편을 삼았다.

아랫층엔 양갱을 넣고 위로 2개층으로는 상투과자, 박스가 아닌 저런 포장도 실용적인 것 같다.

 

 

 

하루를 저 상투과자 4가지색 두 셋트를 만들고(중간 중간 상혁이가 집어 먹고 피아노 선생님과 태권도장에 가져가겠다고 해서 싸주었더니 양이 줄어 두번 만들었다.) 다음 날 반나절을 나가 있을것이니 베이글 12개를 미리 만들어 놓고,중간중간 양갱을 만드는데 양갱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더라.

계속 저어 주어야 한다........

그러고 나니까 지쳐버렸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벌써 수원까지 가야하는 부담감에 지쳐가고 있었다.

밤늦게 들어온 남편은 카페 모임에 들고 갈 것 다 준비했느냐고 묻는데 동문서답으로 나는 갑자기 모임에 가기 싫어졌다고 했다.

그저 하루를 복잡하게 살고 나니까 기력이 떨어져서 가기 싫다고 했다가 다음 날 새벽에는 다시 마음을 바꾸어 나가기로 했다.

오랜만에 수원까지 다녀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전에 우리가 살았던 안양의 그 집도 보았다.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주변이 모두 개발되고 있으니 그 동네도 오래지 않아 다 헐리고 어느 날 가보면 낯선 동네가 들어서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