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 이젠 튀기지 않고 구워 먹는다.
수년 전,가스 레인지가 낡아 새로 사려고 마트엘 갔었다.
이왕 사는 것, 오븐이 함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어 구경을 하고 판매원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그 남자 판매원이 말하길 오븐이 함께 있는 걸 사가는 주부들중 대부분은 나중에 냄비를 넣는단다.
난 언뜻 그 의미를 알아 차리지 못하고 오븐으로 국이나 찌개를 끓이는 특별한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되물었었다.
그 판매원은 웃으며, 그게 아니고 처음엔 부지런히 빵이며 근사한 요리를 할 생각으로 사가는 대부분의 주부들이 나중엔 냄비를 보관하는 그릇장으로 오븐을 사용하더라는 것이다.
그 말을 들으며 하하 웃기는 했으나 그 말을 듣고 안 사가면 마치 내가 그런 주부라는 것을 시인하는 것 같아 '우리는 닭이라도 구워 먹으니까.......' 하는 위안을 하며 가스오븐레인지를 사 들였다.
그러고는 역시 몇개월에 한 번 정도 사용하는 오븐.
그 넓은 오븐 속을 보면 역시 냄비나 솥단지같은 그릇들을 보관하기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결단코 , 절대 난 그 오븐 안에 그릇들을 보관하진 않았다.
언젠가 빵을 만들어 보리라 다짐은 하면서도 어린 시절 엄마가 빵을 만드실 때 옆에서 팔이 떨어져라 계란 흰자 거품을 내던 기억이 있어서 제빵이란 것은 늘 길고 힘든 시간이라는 결론에 너무 쉽게 도달하고 또 쉽게 고개를 가로젓고 했었는데.
하지만 무슨 일에든 날개짓 한 번이 중요한 출발이 되기도 한다.
블로그 이웃들의 빵만들기와 쿠키 만들기를 보면서 눈요기만 하다가 결국엔 오븐보다 손쉽게 빵을 만들 수 있는 제빵기를 사게 되었고 제빵기가 우리 집에 온 이후 사흘이 멀다하고 빵을 만들고 있다.
오늘만 해도 우리밀을 이용해서 식빵을 만들었다.
단지 이스트만 조금 더 넣어 주었을 뿐인데,빵이 엄청 잘 나왔다.
키를 재어 보니 20cm가 훨씬 넘는다.
빵을 구울 때마다 성공하는 편이라 빵굽기가 재미있어진다.
그러다 보니 놀고 있는 오븐이 눈에 밟혀 쿠키도 만들어 보고 우연히 돈가스를 튀기지 않고 오븐에 구워도 맛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따라해 보기로 했다.
돼지 고기를 사고 돈가스를 만들다 보니 빵가루가 부족하다.
아깝지만 새로 만든 빵으로 빵가루를 만들어 돈가스를 준비하니 상혁이는 정말 건강한 돈가스가 되겠다고 한 수 거든다.
돈가스 만드는 것이야 다들 잘 알고 있어서 오븐에 굽는 것만 사진을 찍었다.
오븐은 200도로 예열시켜 놓고 이 때 돈가스를 구울 팬에 올리브유나 식용유를 발라 함께 달구어 주면 좋다.
달구어진 팬에 돈가스를 올리고 20분 정도 구워주면 끝이다.
나는 혹시나해서 중간에 한 번 뒤집어 주었다.
의외로 겉면이 타지않아 과연 잘 익었을까 의심도 해 봤는데 잘라보니 속까지 잘 익었다.
튀김을 하다 보면 바닥이 온통 미끌미끌하고 자칫 온도가 높으면 고기가 타서 연기도 자욱한데
이렇게 오븐에 구우면 기름도 많이 쓰지 않아 경제적이고 무엇보다 집안이 깨끗하고 그 시간에 상을 차릴 수 있어서 시간이 여유롭다.
그럼 가장 중요한 맛은 어떨까?
평소 돈가스를 즐겨 먹는 우리 아이들에게 느낌을 말해 달라고 하자
하나는 오히려 튀김보다 훨씬 맛있다고 한다.
기름을 안 먹으니 겉면이 과자처럼 바삭하고, 알맞게 익어 분홍빛나는 고기는 입안에서 연하게 씹혔다.
튀김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윗부분에도 수저로 기름을 골고루 묻혀 구워주면 좋겠다. 간혹 스프레이로 물이나 기름을 음식에 뿌리는 사람들을 봤는데 그 스프레이 용기가 음식을 담는 목적이 아니었길래 나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돈가스를 한 번 튀겨낸 기름을 그냥 버리기에는 아깝고 아까워서 다시 쓰자니 건강에 안 좋다하고 고민도 많았는데
이제부터는 돈가스 오븐 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