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명동 나들이

hohoyaa 2009. 1. 4. 22:46

가족 나들이로 명동에 갔다.

겨울이면 명동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마 지금의 홍대입구나 강남역이 있기 전 청년문화의 중심지가 명동이었기 때문일까? 

이번 겨울엔 명동아트센터의 '마리오네뜨'를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기에 일찌감치 길을 나서 작년에 찾다 못찾은 'vicolo'에도 들러 봤다.

가다가 "자기, 이번엔 찾을 수 있는거야?" 하는 남편.

"응."

옆의 하나는 "엄마,그런데 거기가 어디라구요? 이름이 뭐였죠?"

"몰라~."

"그럼 어떻게 찾아요?"

"다 찾는 방법이 있지. 이 엄마의 동물적인 육감으로다........^^"

하면서도 속으로는 어디더라? 어디더라?뭐라 캤더라?

가는 내내 생각해도 입에서만 뱅뱅 돌고 말이 되어 나오지가 않는다.

"꼴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엄마,비꼴로. 맞죠?"

"맞다. 그런데 큰일이네."

"왜요?"
"가만히 보니 이거 왠지 작년과 같은 분위기 아니니? 가게 이름은 알고 위치는 모르고~"

"그게 왜요?"
"엄마는 사실 가게 이름은 몰라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 본의 아니게 가게 이름을 잊어버리면서 작년의 징크스에서 벗어났단 말이지. 그런데 네가 이름을 알아 버렸으니 이제 작년처럼 우리는 헤맬 것이고 가게는 못 찾는다는거지."

"어어엉??? 엄마,,,제발~~. 그러면 안되는데. 나 다시 잊어버릴테니까 모두들 기억에서 지워요.ㅜㅡ;"

하나를 놀려가며 비꼴로를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아마 이 사진을 민정씨가 보면 향수병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살짝 된다.

 

 

명동 '후아유'골목을 올라가다가 나오는 첫번째 골목으로 좌회전하면 보이는 간판,반갑기 그지 없다. 

비꼴로는 이태리어로 골목길이라고 하더니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메뉴판과 상혁이. 늘 이렇게 들이댄다. ^^;

이 곳에서 나오는 음식들 사진은 네이버에 많이 있어서 찍지 않았다.

사실 어디에서나 음식 사진 찍기는 좀 쑥스럽다.

우리 가족끼리만 있는 방도 아니고 오픈된 곳에서는 더더구나~.

비꼴로에는 우리같이 가족 단위로 온 손님들은 없고 대부분 젊은 친구들이다.

 

 

비꼴로에서 저녁을 먹고 명동아트센터로 비보이 공연을 보러 갔다. 

비보이 공연은 '브레이크 아웃'과 '점프'에 이어 세번째이고

명동아트센터에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에 이은 두번째 방문인데

명동에서의 두 작품 모두 인상이 좋았다.

바로 이 재미를 노리고 배우와 정략결혼(?)을 한 것인데 애들이 웬만큼 자라 가족 모두가 함께 공연을 보러 다니는 요즈음에서야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브레이크 아웃'도 민정씨와 본거네. *^^* 

 

 

이건 퍼온 영상.

이 영상은 지난 가을에 찍은 것으로 지금은 여기에 "트랜스포머"가 더 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뒷풀이로 모두들 흥겹게 일어나 비보이들과 함께 몸을 흔드는 신나는 시간이 있었다.

관객중에 외국인들이 많이 있어서 공연내내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고 분위기를 띄워 주더니 뒷풀이 시간에는 거의 나이트클럽 분위기였다. 

우리 네식구도 음악에 맞춰, 분위기에 맞춰 박수치고 흔들고~.

상혁이는 나중에 "우리 엄마, 아빠 맞아요?" 하더군.

녀석. 자기도 신나게 흔들어 놓고....... 

 

 

비트박스로 우리의 혼을 빼놓은 엄청난 폐활량의 주인공. 

 

 

인형사로 나온 주인공 형아와 함께. 

이 공연은 대사대신 중간 중간에 그림과 함께 자막을 보여준다.

그게 이야기의 맥을 좀 끊어놓긴 하지만 몸으로 보여주는 다른 비보이 공연과는 차별화된 '몸과 감성을 함께 자극'하는 비보이 공연이다.

 

 

요기는 2차로 간 오뎅집.

3차는 노래방에 가서 1시가 넘도록 재미있게 놀았다.

동영상을 찍었는데 애니콜 pc매니저 비번을 잊어버려 불러오질 못한다.

아무리 이것 저것 해보아도 안되어서 멜주소로 보내달라캤더니 야후는 휴면이었고 더구나 야후의 도메인 주소가 바뀌었더군....... 이런게 나는 너무 ,귀찮고 그렇다.

가입당시의 핸드폰 번호도 이미 해지한지 오래고 한시간이 넘게 씨름하다가 포기했다.

이런 일이 있을까봐서 늘 비번은 몇가지 중 한가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어디에서 뭐가 잘못된 것인지.......

 

 

 

 

얼마전 블로그에 어떤 분이 글을 남겨 주셨다.

연극배우로 11년을 살아 오신 그 분은  연극배우라는 직업때문에 사랑하는 이와 헤어진다고 하셨다.

그래서 이 블로그에 와서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사랑하는 이는 현재의 그가 무명배우라서 미래가 보이지 않아 두려워진 것이다.

나도 무명배우와 연애를 했다.

나는 무명배우이면서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다.

나는 무명배우이면서 가진것도 없으며 외모또한 남보다 특출나지 않은 남자와 만나 이만큼 살아왔다.

그 무명배우와 또 한 해를 보내면서 지금 이정도 살고 있는 것에 감사를 한다.

우리 부부는 늘 이런 이야기를 한다.

"하나님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만큼만 살 수 있도록 해 주신다면 좋겠다." 

올 한해도 작년처럼 살아진다면 좋겠다.

더불어 그 무명배우 분도 부디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게 되길 소원한다.

 

 

*명동아트센터 가는 길 

 

 

*비꼴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