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위하여
지난 번에 딸을 위하여 만들었던 편백나무 보관함,
이번에는 친정 엄마을 위해 만들었다.
70을 훌쩍 넘기신 울 엄마.
한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동창회 모임이나 '유녀회'에 나가시면 가끔은 돌아가는 길 중간에 내려 우리 집에 오셔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으시곤 한다.
그 때 이야기 중간중간에서 보이는 세월의 흐름.
이모들이나 당숙모들이 한두가지씩 선물을 준비해오시는 경우가 있는데 어느 날인가는 요실금 패드를 받아오셔서는 보여 주셨다.
꽤 비싼 것이라며 강남에서는 노인 분들사이에서 요실금 패드가 한창 유행이라는 얘길 들으면서도 난 우리 딸의 생리대 생각은 하면서도 엄마가 말씀하시는 요실금에 대해선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 버렸다.
올해가 가기 전 엄마를 위해 무슨 선물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제껏 한 번도 우리 엄마의 그런 고충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음을 부끄럽게 생각했고 이번에 엄마의 요실금 패드를 넣어 보관하시라고 선물을 드릴 작정이었다.
<순수>
요건 아무 장식 없이 깨끗한 함.
<단아>
얌전한 장석을 한 번 달아 보았다.
<영화>
장석의 화려함으로 세월앞에서 무기력해지는 엄마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고 싶었다.
뒷모습.
장석은 저렇게 네귀퉁이 8군데에 모두 달아야 한다고 들었다.
장안동 고가구 거리에 가서 기웃거리며 배운 것이다.
사실 장석이 생각보다 비싸기도 하지만 아랫 부분에 달 경우 혹시 다른 가구에 기스를 남기지 않을까해서 윗부분에만 달면 안되겠느냐고 물어 보았었는데 장석을 달고난 후 만져보니 그럴 염려는 없는 것 같다.
강화 반닫이 장석 셋트의 경우 100만원을 훌쩍 넘어 깜작 놀랐었는데 비록 강화 반닫이는 아닌 작은 함이지만 장석을 달고 보니 역시 보기 좋았다.
몇 분께 연말 연시 선물로 드렸다.
처음 만든 것과의 비교샷.
처음 구상과 막상 만든 후의 함은 거리가 좀 있었다.
그러다보니 칫수의 조정이 불가피해서 제단표를 다시 내어 위의 모습이 완성품으로 되었다.
역시 새롭게 엎그레이드된 것이 안정적으로 좋아 보인다.
효도는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친정 엄마가 기뻐하시는 모습까지는 좋았는데 울 엄마 요실금이 없으시단다.
그러니까 그 때 그 말씀은 일반적인 경우를 말씀하신 것이었는데 엄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앟고 건성으로 들었던 내 탓이다.
그래도 내 무심함을 어떻게든 만회하느라 편백 나무의 좋은 점을 설명해 드리며 속옷을 넣어 두면 여성의 칸디다성 질염에도 좋다고 말씀드렸더니(http://blog.daum.net/touchbytouch/16847110)
울 엄마, 자궁 드러낸지가 언젠데? 하시며 그거 드러내니까 분비물도 안 나오고 깨끗해서 좋다고 하신다. ㅠㅠ
엄마는 딸이 만든 것이라고 기뻐하셨지만 나는 좋은 딸이기엔 한참이나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