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리에서 익혔어요.
오늘 아침 꺼내 본 동치미.
갓을 넣고 담갔더니 색깔이 너무 이뽀요.
진즉에 담갔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금요일에 갑자기 김장을 하면서 동네 항아리 집에 가 사온 항아리.
이번엔 동치미를 항아리에 담가 먹고 싶더라구요.
의욕은 좋았는데 다음 날 남편과 합천엘 가기로 해서
급하게 구는 바람에 항아리가 새는지 어떤지 확인도 안 해보고 덜컥 담갔지 뭡니까.
우리 부부가 하룻밤 집을 비우느라 와 계셨던 친정 엄니가 다음 날 아침 깜짝 놀라서 전화를 하셨습니다.
"얘~, 아침에 보니 항아리가 새서 바닥에 흥건하게 물이 고였다."
"예???? 그럴리가..."
"얘~,틀림없다.혹시나 싶어 흘러나온 물을 찍어 맛을 봤더니 짠맛이 나. 항아리 안의 물도 양이 좀 줄었고."
"에휴,,,양이 많아 옮겨 담을 그릇도 마땅치 않고, 일단 제가 가서 볼테니 그냥두세요."
"항아리 만들 때 아마 작은 모랫구멍이 생긴 모양인데 더 새면 어쩌니?"
"설마...ㅜㅡ;"
이제 껏 항아리를 사봤지만 한 번도 샌 적은 없었는데 하필 동치미 항아리가 샐게 뭐람.
까짓것 어디까지 새나 두고 보자. 설마 바닥이야 보이겠어?
애써 마음을 다독이며 올라와 항아리의 위치를 좀 옮겨 주었습니다.
원래 있던 북쪽 다용도실에서 남쪽 베란다로 옮겨 하룻 밤을 더 두고 봤더니 새지 않더라구요.
남편은 아마 윗 쪽에 구멍이 생겨 물이 샐만큼 다 샜는가 보다고 하는데
내 생각으로는 날은 엄청 춥고 항아리 안에서는 발효가 시작되느라 후끈후끈할 터이니
아마 항아리 표면으로 물방울이 맺혀 떨어진게 아닌가 싶네요.
남편도 아이들도 동치미는 좋아하니까 올해에는 항아리로 맛있게 해 봐야지했건만.
댜행이 항아리에서 더이상의 물은 나오지 않았고
요 옹기 항아리에서 5일을 두었더니 아주 먹기 좋을만큼 익어
오늘은 다른 용기에 담아 김치 냉장고에 옮겨 주었지요.
'강'으로 저장해 두면 살짝 살얼음이 얼어 시원하게 먹을 수 있어요.
지금 항아리는 물을 한가득 담고서 새나 안새나 테스트 중입니다.
동치미 담그는 법이 궁금하시다면?
*무우를 통으로 담그면 나중에 상에 올릴 때 좀 복잡하기도, 하고 땅에 묻지도 못하거니와,
많은 양이 아니라 맛이 덜나더군요.
그러니 우리 엄마들도 상차릴 때 힘들지 않게 미리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준비하고
무우를 많이 넣으면 동치미 국물맛이 좋답니다.
*쪽파는 그냥 넣으면 돌아다니면서 지저분하니까 파강회처럼 묶어서 단도리를 좀 해 주세요.
쪽파가 없다고 대파를 넣으시면 절대 안 됩니다.
국물에 대파의 진액이 다 흘러나와 국물이 국물이 아닌게 묵처럼 됩니다. 경험자의 한마디입니다.
*생강과 마늘은 편으로 잘라 양념 주머니에 넣어 밑에 깔아 주시면 더욱 좋고요.
*그리고 삭힌 고추가 필요합니다.
전 친정 엄마가 만들었다가 주셨지만 시장이나 마트에서도 살 수 있지요.
*저 보라색 이쁜 색은 갓을 넣은 덕이랍니다.
그리고 뭐 어느 댁에서는 양파도 갈아 넣고 배도 갈아 넣고 하던데
전 국물이 탁해지는 게 싫어서 안 넣었어요.
오히려 뒷맛이 깔끔하고 좋아요.
*소금은 굵은 소금을 씁니다.
몇 년 전에 사 놓은 천연소금이 여름이면 물(간수)이 빠지고 마르고를 계속하면서
쓴 맛이 없어지고 아주 맛있는 소금이 되었습니다.
공간만 충분하다면 미리 준비해 놓고 쓰는게 역시 좋네요.
*위의 재료들을 항아리 안에 켜켜이 넣으면서 중간 중간 소금을 넣어 줍니다.
저처럼 빨리 익혀 드시려면 설탕을 소금과 동량으로 같이 섞어 넣어 주시면 됩니다.
무우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 커다란 무우가 4통이고 항아리가 커서
소금 한 컵 과 설탕 한 컵으로 계량했고요,
나중에 소금 물로 간을 맞출 것이므로 처음부터 너무 짜지 않게 해 주세요.
*항아리에 재료들을 다 놓고 맨 위에 남은 소금/설탕을 다 붓고 하루 정도 절입니다.
*다음 날 굵은 소금을 따뜻한 물에 타서 이왕이면 좀 가라 앉혔다가 위의 맑은 물만 부어 줍니다.
간을 봐서 짭짤해야 익으면 간이 맞지요.
기호에 따라 사과를 넣으면 사과의 향긋한 내음과 사각거리는 맛 때문에 애들이 아주 좋아 한답니다.
*동치미는 국물맛이니까 먹다 보면 무우가 너무 많이 남게 됩니다.
그럴 땐 중간에 무우를 꺼내서 채를 썰고 꼭 짰다가 조물조물 양념해서 무쳐 먹으면
입맛 살리는 반찬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