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가슴이 먹먹하고 마구 뛴다.
오늘 오후부터 유난히 더 불안하게 뛰고 있다.
누구에게 말을 들은 것도 아니고 시간에 �기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한 번 빠르게 뛰기 시작한 가슴은 지금까지도 두방망이질을 한다.
오늘은 어떤 날일까?
혼자 생각해 보아도 별다른 일이 없는 평범한 날인데.
오늘은 하나가 처음 학원에 가는 날이었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여름 방학을 정말 방학처럼 오지게 놀고
중간고사즈음에는 할머니가 계신 병원에 날마다 꼬박꼬박 인사다니고
저녁 시간에는 옆에서 시중도 들어 드리고 하더니 아마도 마음을 다잡지 못했는지 성적이 안 좋았다.
하나는 성격도 밝고 교우관계도 폭이 넓고 싹싹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아이이다.
게다가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서도 곧 잘 해오던 공부가 아니었던가.
세상이 지금처럼 무한경쟁의 장으로 아이들을 떠밀지만 않는다면 우리 하나는 푸른 꿈을 안고 즐거운 학창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그렇게 자란 우리 딸은 또 얼마나 이쁜 며느리가 되고 어머니가 될까.
평소처럼 혼자 알아서 하겠거니 두었는데 이번 중간고사를 보더니 평균이 5점이나 떨어졌단다.
계속 90점대를 유지하면 아빠가 상을 주기로 했었고 자신있어 하더니 이번엔 기가 좀 죽어 보인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무리라 생각했는지 학원엘 보내 달라고 했다.
고등학교는 시험으로 가야하는 경기도권이라 늘 그것이 걱정이었지만
남들처럼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민사고나 특목고,자사고를 목표로 꾸준히 공부를 해 온 것도 아니고
특별히 예체능에 재능이 있어서 기량을 가고 닦은 것도 아니면서
아이가 어렵다는 수학도 열심히만 하라고 말만 앞세우고 맥없이 손을 놓고 있는 엄마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 하나만은 그런 과열 입시의 광풍에 휩쓸리게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젠 본인도 위기의식을 느끼고 덩달아 나도 불안해지기는 매일반.
어젠 학원에 가서 시험을 보고 반배정을 받았다.
내신을 다지는 다지는 일반반은 일주일에 3일씩이고 특목고반은 일주일에 6일인데 학원비가 5만원이 비싸다.
다행인지 다른 상술이 있는지 일반반이 아닌 특목고 반에 배정이 되었는데 우리 어른들 생각엔 굳이 특목고 반에 넣을 필요가 없는데 5만원 더 받으려고 학원에서 그 반에 넣은것은 아닐까 의심도 해보지만 본인은 기분이 별로 나쁘지만은 않은것 같은 눈치다.
그런데 이 학원 시간표가 가히 살인적이다.
날마다 시험이 있고 끝나는 시간은 밤 10시 30분.
우리 집 아이들은 밤 9시면 잘 준비를 하는데 그 시간에 집에 돌아와서 학교 숙제며 학원 숙제를 다 어찌할까?
오늘, 하나 없는 저녁을 준비하니 빈자리가 더 커 보인다.
마트에 가서 장을 보다가 연어를 사와서 스테이크를 하고 감자와 당근을 꼬치에 꿰어서 버터 발라 구으며
하나가 이걸 보면 냄새를 큼큼 맡으며 얼마나 재잘거릴까,따끈따끈 바로 먹으면 얼마나 좋아할까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하교하자마자 우동하나 먹고 학원에 가서 책과 씨름하고 있을 하나생각에 목이 아프다.
"엄마,오늘 저녁은 뭐에요?" 큰목소리로 물으며 부엌을 어슬렁대던 지난 날.
나는 왜 웃는 얼굴로 "뭐가 먹고 싶은데?" 하고 비위를 맞춰 주지 못했을까?
맨날 "밥." 아니면 "반찬"이라며 뚝뚝하게 답을 해서 하나의 바램을 싹도 못 나오게 짓밟았을까!!
상혁이도 누나는 왜 저녁 먹을 때까지도 안 돌아 오느냐며 궁금해 한다.
그렇게 세 식구가 저녁을 먹고 간만에 TV를 틀어놓고 있어도 좀처럼 시간은 가질 않는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앞으로도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저녁을 먹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