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비우면 만두가 보인다.
여름입니다, 그리고 장마철입니다.
그렇찮아도 식구들이 두부를 좋아해서 두부는 자주 사는 편인데 친정 엄마가 만들어주신 두부를 먹다보니 내가 사온 두부는 자꾸 처지고 김치냉장고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니 보니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지난 번에 사서 남겨놓은 애호박은 또 어떻고...
게다가 이번엔 양파 풍년입니다.
둘째 시누이가 보내 준 무안양파가 한자루라 친정 엄마께 드리고도 한참은 먹을 수 있을만큼의 양인데 아는 언니가 또 샐러드용 보라색 양파를 보내 주어 풍요로운 만큼 상하기 전에 부지런히 먹어야한다는 강박증까지 생길 것 같아요.
요즈음 친구가 솎아다 주는 푸성귀로 나물도 하고 김치도 담그고,그 중에 부추도 꽤 많이 끼어 와서 부침개도 해 먹고, 언제 한 번 편수를 해 먹어야겠다하고 생각을 했었는데 엊그제 일요일 저녁, 컴퓨터 앞에 앉아 카페에나 들어가 볼까 하다가 불현듯 만두 생각이 나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비우기에 착수했지요.
두부가 큰걸로 두모, 물기를 짜서 놓고,
애호박은 채쳐서 소금에 절였다가 꼬옥 짜놓고,
부추도 먹기좋게 자르고,
불고기를 해먹고 남겨둔 소고기는 양념을 해서 조물조물 해 놓고,
양파는 두가지 색으로 모두 다져 놓고,
뒤늦게 사온 숙주나물도 데쳐서 물기를 짜고 잘게 썰어 계란 깨트려 넣고 만두속을 만들었어요.
양념이라야 겨우 후추,소금,마늘이지만 여름만두니까 가볍게 먹을 수 있을 것 같네요.
만두속이 어떤가 간을 봐야하니 조금만 삶아 볼까 하다가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하나의 밤참으로,
늦은 시간에 돌아오는 남편의 허기를 달랠 요량으로 좀 넉넉히 만들었지요.
척보니 완자탕같네요.
삶을 물에도 소금간을 해줘야 내용물이 들어가서 흩어져버리질 않는답니다.
때마침 돌아 온 남편과 함께 늦은 시간에 한그릇씩 먹었어요.
하나는 아침에도 먹고 가겠다고 또 해달라고 하는데
그나저나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배가 불러 잠이 온다니.... ㅜㅡ;
여름이라 만두피를 사기도 힘들 것 같고 이왕이면 맛있게 먹자고
반죽을 해서 숙성을 시키기 위해 냉장고에 넣고 잠을 잡니다.
만두피 재료 ;밀가루3컵 분량에 물3/4컵정도,소금 약간,식용유 약간.
다음날.
하나는 학교 갔다와서 자기가 만두를 빚겠다고 했지만 괜히 더 복잡하고 어질러질까 봐
오기 전에 얼른 해 버렸어요.
반죽을 만두피 한 장 만들정도로 떼내어
손으로 한 번 꾹 눌러 주고
밀대가 없으니 아쉬운 대로 유리컵을 사용해서 밀어줍니다.
알맞는 주전자 뚜껑도 없으니 머그잔으로 눌러 주었습니다.
주전자 뚜껑처럼 깨끗하진 않으나 크기는 적당하네요.
한 손에는 만두를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 찰칵.
손반죽으로 만든 만두피라 저렇게 속을 많이 넣어도 속이 터지지 않습니다.
이만큼 빚어 일단 냉동실로 직행합니다.
자세히 보면 만두 양쪽 끝의 숨구멍이 있어요.
동그랗게 빚는 만두에는 저렇게 구멍을 내질 않고 만두피끼리 눌러 붙이니까 어느 때는 잘 안 익을 때가 있는데 저렇게 숨구멍을 미리 만들어 주면 뜨거운 물이 속으로 드나들면서 만두를 금방 익혀 준답니다.
그리고 또 만들어 얼립니다.
만두를 좋아했기에 꼭 명절이 아니어도 어릴 적부터 엄마랑 둘이 만두를 빚어 와서 그런지
오랜만에 빚는 만두인데도 제법 고르게 잘 빚어졌네요. *^^*
옆에서 만두피를 밀어 주던 남편도 손발이 척척 맞으니 만두가게 하나 차려도 되겠다고 하네요.
이 목판은 공방에서 다른 용도로 만들어 온 것인데 여기서 반죽을 하니 이렇게 뒤가 개끗하네요.
냉동실속 만두를 확인합니다.
아주 잘 얼고(?) 있어요. *^^*
꽝꽝 얼린 만두는 이렇게 팩에 넣어 보관을 하면 끝~~!
만두가 덜 얼었을 때 저렇게 넣으면 서로 달라 붙어서 나중에 떼어내기 힘들고 모양이 다 망가지니까
꼭 다 얼기를 기다렸다가 해야 합니다.
이런걸로 세봉지,100개정도 만들고 나니 당분간 간식 걱정이며 끼니걱정을 덜게 되네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냉장고가 훤해져서 기분이 좋답니다.
내친김에 다음 번에는 돼지고기를 넣어 중국집 군만두를 만들어 볼까하는 의욕이 샘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