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친구를 위한 결혼선물
외국인과 결혼하는 블로그 친구 민정씨를 위한 선물입니다.
결혼 후에는 미국으로 떠나게 될 민정씨를 위해서 무슨 선물이 좋을까하고 작년부터 고민을 했었는데 마음에 떠오르는 알맞은 선물이 없더군요.
이왕이면 직접 만들어서 주고 싶은데 정성과 함께 실용적이고, 장식적인 면에서도 결코 뒤지지않는 그 무엇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러다가 지난 번 아기 니트에 수를 놓던 중 실이 부족해 십자수가게에 들렀다가 이 도안을 보고는 맘에 들어 단돈 4000원을 투자해 사왔습니다.
이제 껏 십자수라고는 작은 올케가 시작을 하고 질려서 미완성인 작품을 완성해 준 것을 시작으로, 남은 실로 액자 하나 만든게 상혁이를 가졌던 2000년 여름이었으니 저엉말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
타국살이를 하다보면 우리나라의 부채만 봐도 눈물이 나온다는 말이 떠올라 복주머니를 보는 순간 이거다 싶어 다시 한 번 십자수 바늘을 잡게 되었네요.
복주머니 도안은 오래 전에 나온 것이었군요.
'자수집'이라는 곳에서 우리나라 전통문양을 잘살려 아주 화려하고 멋진 도안집을 내주셔서 상당히 고마웠습니다.
도안 표지에 나와 있는 사진을 보니 흔하게 볼 수 있는 십자수 액자와 족자라서 복주머니의 이미지를 딱딱하고 평면적으로 굳힌것 같아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부족한 2%를 채우고자 몇날 며칠을 또 생각했습니다.
액자는 나중 문제이고 일단 복주머니는 진짜 주머니처럼 볼록하게 만들자라고 결정했지요.
복주머니는 모두 다섯개입니다.
태슬을 만드는 것은 도안에 나와있는대로 하기엔 로스가 너무 많아서
제 나름대로 뜨개할 때 방울만들듯이 실을 아낄 수 있는 방법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술을 다 만들고 나니 빨간색 줄 만들 실이 부족하더이다.
이 한가지 색을 사러 다시 시내에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빨강대신 주황으로 만들었기에 실제 복주머니엔 빨강이 없습니다.
옆에서 자기도 이 태슬 한개만 만들어 달라던 하나도, 누나따라 괜시리 만지작거리던 상혁이도 이 빨간색을 준다니까 싫답니다.
자기들은 완전한 것을 원하니 다시 만들어 달라는데 어림없는 소리지요~. *^^*
복주머니는 솜을 넣어 입체적으로 빵빵하게 해 주었고요.
처음엔 두장을 꿰매서 뒤집어 보았는데 모양이 살지 않고 오히려 초라하게 보이길래 저렇게 밖에서 꿰매 주었습니다. 핸드폰 고리 만드는 것을 상상하시면 됩니다.
이거 아주 기대이상의 회심의 역작입니다.
이젠 이 복주머니를 돋보이게 할 액자와의 한판승입니다.
십자수를 놓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이 액자의 사이즈와 디자인,색깔과 기타 여러가지를 계산하고 수정하기를 여러차례 반복했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어수선하고 머리가 복잡해서 앞의 과정은 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내 생각같아선 이런 식으로 하면 될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겠다라며 자신없어하는 내 말에 후배가 한마디 힘을 실어 줬습니다.
"♬ 생각대로 하면 되고 ♪♩~~~" 네,바로 '되고송'이죠.
그 말에 다시 용기가 불끈해서 생각대로 해보니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정말 되더군요.
멀리 멀리 바다 건너 갈 것이고 가운데 끼워넣을 것이기에 유리가 아닌- 충격에 강하고 가볍기도 한 아크릴로 창을 만들었습니다.
저 분홍빛은 복주머니를 붙일 뒷판입니다.
원목의 ebony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므흣~~!!*^^*
모두 맞추어 제자리를 찾아 준 후 사포하고 나머지 칠을 해 주었습니다.
복주머니가 통통하니까 액자도 역시 박스처럼 입체적으로 만들었지요.
복주머니가 들어갈 위치를 제대로 잘 가늠했는지 한번 달아 보고...
애써 만들었는데 복주머니가 하나라도 액자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할테니 가슴이 두근두근했답니다. 다행히 생각처럼 되었습니다.
경첩달고 장석들 달고...
어제 특별히 준비해 간 금빛 보자기에 싸서 가져 왔습니다.
쨔자자쟌~~!! 완성된 모습니다.
요 모습입니다.
이렇게 세워서 걸수도 있어요.
상하죄우 회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도록 머리를 좀 썼다죠~.
뒷태도 앞모습처럼 이뻐야 한다는 지론으로 신경 좀 썼습니다.
옆의 격자문을 열면 간단한 수납도 가능하지요.
열려라 참깨.
액자이지만 문을 열어서 변화를 주었습니다.
복주머니를 직접 만져볼 수도 있고 더러워지면 살살 주물러 빨 수도 있지요.
격자문엔 말린 야생화가 들어간 창호지를 썼습니다.
장수를 의미하는 거북 장식.
나뭇결이 드러난 원목위의 금장장석이 그 화려함을 더 해 줍니다.
원목 액자는 일단 구상을 해 놓고 만들기까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지만 문제는 저 십자수 복주머니였습니다.
틈틈이 하느라 상당히 오랜 기간-아마 한달정도?- 바늘과 씨름을 했지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좀더 고급스럽게 깜찍하게 개성을 살릴 수 있을지,솜은 어떤 손을 넣어야 가볍고 숨이 죽지 않을지,액자에는 어떻게 붙이고 어떤 철물을 써야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등등 ....사실 머릿속이 늘 시끄러웠으나 이렇게 완성을 해 놓고 보니 참 뿌듯하네요.
예전에는 시집가는 새색시가 손수 수를 놓아 마련하던 혼수 품목이었는데 민정씨를 위해 감히 제가 한 땀 한 땀 정성을 담아 봤습니다.
제 게으름의 소치로 아쉽게도 결혼식 날짜를 넘기고 말았지만
그.러.나.
민정씨~, 행복해야 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