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서울에서 만나다(2) 연극 - 늘근도둑 이야기
연극 시작하기 전에,
극장 앞에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차도 한잔 마시고..
굉장히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계시지만
사실은 메뉴를 고르고 계시는거랍니다. ^^
우왓~
역시 텔레비젼에 나오는 분은 다르군요.
분장을 지우고 나오니까 세련미가 어디선가 새어나오는 박철민씨.
연극도 재밌게 보고 사진까지 찍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죠.
그리고.. 연극 본 이야기.
대학로 연극을 그다지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내용이 어설프고 구성이 허술한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기때문에
그동안은 코미디를 선택해서 본적이 없었답니다.
밀도있는 이야기가 아니면
개그콘서트 수준의 깊이가 없는 표피적인 개그가 되어버릴테니까요.
그런데
늘근도둑이야기는
일단 탁구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주인공의 쫀득쫀득한 대사호흡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주인공들 끼리의 호흡 뿐만 아니라
관객으로부터도 손이 짝짝 맞는 호응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니까
자연스럽게 분위기도 좋고
재미가 더 붙을 수 밖에요.
머리속이 휙휙 돌아가는 소리가 날것 같이
재치있는 대사가 쉴틈없이 이어지는 촘촘한 짜임새가
관객들을 확실히 리드해주는 감도 좋았습니다.
완전 몰입.
진짜 너무 정신없이 한시간 이십분이 지나가버렸어요.
롤러코스터를 3분동안타도
그 3분안에 잠깐잠깐은 딴생각이 들잖아요
몸이 정신없이 이끌려 다니는 3분보다
역시 머리속이 완전히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버린 느낌의 80분이 더 짧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근데 한편으로
계속 기다리고 있던 한방!이 좀 아쉬웠어요.
아주 밀도높게
우리를 전율시킬만한
어떤 통렬한 비판이랄까 그런것.
반전이 있는 영화를 그동안 너무 많이 봐서였을까..
비판이 갖는 묘미중의 하나가 그런 것이니까요.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은
더늙은 도둑, 하나아버님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풀렸어요.
연극이 원래 만들어졌던 89년,
대통령의 이름도 쉽사리 거론되어 우스개이야기가 될 수 없던 어두운 시대.
그때의 관객들이 느꼈을 카타르시스는
대통령이름이 연예인 이름보다 더 우습게도 여겨지는 요즘시대에 느낄수 없는 것이겠구나.. 하는 느낌.
그것은
근 20년간 정말 우리사회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반영이기도 해서
갑자기 그때 그 느낌을 짐작해보는 것이
오래된 기왓장을 한장들고 허물어진 고택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요.
근데 사실
오랜만에
완전히 몰입해서 무언가를 보고 났더니
그것만으로도 굉장히 뿌듯한 기분이 느껴졌어요.
앵콜공연때
출연자가 달라져 다른 맛이 느껴지는 공연을 또 보고 싶다.. 고 욕심이 막 들더라구요.
이번에는 친구들을 데리고 가야지 하구요.
그리고 사실..
영화로 치면 엔딩타이틀이 올라가는 타이밍?
연극 끝나고 호호야님댁에서
술안주를 준비하시는
'자상한' 늙은도둑님의 뒷모습은
토요일 하루동안 찍었던 영화 한편이 끝나고
감독이 숨겨놓은
서비스 장면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저혼자 아주 흐뭇해 했었다는 뒷이야기입니다.
사진으로만 보던 명란젓이 올라간 양상추샐러드 맛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