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서랍장셋트
우리 집엔 차마 버리지못하는 잡동사니가 많이 있다.
그래서 답답하기도 하고,한편으론 변화가 없으니 늘 푸근(?)하기도 하다.
하나 아빠가 20여년 전 서울 올라와 자취할 때 처음 마련한 서랍장.
내가 대학로의 그 방에 갔을 때도 이 서랍장을 보았었다.
결혼과 함께 우리의 신혼집으로 옮겨 와 양말등을 넣어두는 소품 서랍장으로 그 쓰임을 당했고,
하나를 낳고서는 하나의 옷가지등을 보관했었다.
그 후 상혁이가 태어난 후 줄곧 상혁이의 옷장으로 그 소임을 다 한 서랍장.
별로 좋은 것도 아니었고 지나 온 세월동안 다른 서랍장을 들이기도 하였으나 이 서랍장은 하나 아빠의 추억이 있는 물건이라 버리질 못 했다.
이번에 상혁이 방에 새로이 서랍장을 짜주고 나니 그야말로 이 녀석은 자기가 있을 곳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버려야만 하는 당연한 논리에 하나 아빠는 약간 서운해 한다.
그래서 지금도 임시로 마련한 거처인 베란다에 다른 미련퉁이들과 함께 놓여있다.
그 서랍장이 몸담고 있던 붙박이장이다.
실용성 없이 만들어진 붙박이장 덕에 이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알리고 있었다.
학교 다녀온 상혁이는 옷가지들을 방바닥에 벗어 던지고 나는 늘 잔소리를 하고,,,
가만보니까 저 위에 있는 옷걸이가 상혁이에게는 너무 높았던 것이다.
새로 온 이 아이들은 색도 곱고, 사이즈도 알맞고, 수납력이 뛰어나 단박에 주인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젠 이렇게 스스로 정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서랍을 열때마다 삼나무 향이 참 좋다.
두개로 만들어 봄여름,가을겨울 용을 따로 보관하려던 애초의 생각은 옷걸이 박스로 인해
부득이 다른 자리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 하나의 서랍 하나가 못쓰게 되어 하나에게 주었다.
서랍장 내부.
밑판에는 한지를 붙였다.
너무 얇아서 잘 표가 안 나지만.......
현재 서랍을 끝까지 빼낸 상태.
이렇게 끝까지 빼내었으나 떨어지지 않는다.
이게 3단 레일의 장점이다.
레일 자체의 무게가 꽤 무거워서 MDF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가구에 이런 삼단 레일을 사용한 서랍은 하늘의 별따기식으로밖에 볼 수 없다.
처음 올 겨울 내내 공방가서 시간을 보내는 날 보고 남편은 차라리 하나 사는게 낫겠다고 했었는데
짜맞춤으로 정확히 제자리에 들어가는 딱딱한 나무들을 보더니 좀 생각이 바뀌었나 보다.
게다가 스스로 옷을 걸 수 있게 된 상혁이를 보면 그렇게 마음이 좋을 수가 없단다.
나는 나대로 서랍을 열때마다 맡을 수 있는 나무향이 그윽해서 좋다.
봄이 되면 남편의 서랍장을 짜주겠다는 내 말에 남편의 귀가 솔깃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