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깍두기로 고소한 야채전을~
김장은 다들 하셨을까요?
남쪽은 아직이라는 분들도 계시던데, 제가 사는 곳은 경기 북부라서 일찌감치 해치우고 등 따뜻하게 있답니다.
지난 여름, 남편 친구네 농장에다가 배추 모종과 갓,무우등을 심었는데 돌보는 이도 없고 제대로 약도 한 번 안 쳤는데 제대로 커줄까 기대 반, 의심 반이었거든요.
그 친구 역시 서울에 사는지라 주말이면 가 본다해도 그게 그리 쉽지 않은 일인것을 우리도 알고 있으니 그저 가끔씩 시간나면 남편 혼자 가서 남자들끼리 하룻 밤 술 한잔이 고작이었지요.
기대도 안 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배추밭에 가 봤더니 제법 실하더라며 와서 뽑아다가 김장을 하라고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작스러웠는데 마침 배추값이 금값이라니 서둘러 뽑아 왔답니다.
저는 저대로 친정엄마와 장을 보고 속재료를 준비했는데, 울 친정엄니께선 추석 전에 다리의 연골막이 끊어져서 제가 거의 다 해야할 판이었어요.
배추는 가져 오자 마자 하나 아빠가 두 팔 다 걷어부치고 저보다도 능숙하게 배추를 다듬어 엄니가 소금간해서 절여 주셨어요.
저도 같이 했구요~.
다음 날 새벽에 푹 꺼진 배추를 한 번 뒤집고 깨끗이 씻으려는데 아~! 무농약의 힘인지
배추가 절여져 있는 소금물속에서 배추벌레 한마리가 행진을 하고 있네요.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배추 씻어 물기 빼는 동안 낙지 넣고, 생새우 넣고, 시누가 보내 준 고춧가루 넣어 속으루 만들고,,,
제가 다 할테니 엄마는 옆에서 훈수만 두시라고 했는데
부지런한 우리 엄마는 천성을 버리지 못하시고 제가 판이 벌어진 거실과 부엌을 몇번 오가는 사이
한 자리에 앉아 속을 다 넣으셨어요.
무농약이라 역시 배추가 달고 맛이 있어요.
김치를 김치 냉장고에 넣다 보니 아직 다 먹지 못한 깍두기가 눈에 띄네요.
새로 담근 깍두기와 동치미에 밀린 시어버린 깍두기.
요건 물에 담갔다가 멸치 넣고 푹 끓여서 된장간을 해서 먹으면 아주 구수하고 맛있어요.
그런데 울 아이들은 아직 그 맛을 몰라서 안타깝답니다.
우리 어릴 적 엄마가 배추김치를 썰면서 고갱이부분을 남겼다가 찌개에도 넣어주고,부침개도 해 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신 깍두기로 집에 있는 간단한 재료로 부침개를 해 주었지요.
깍두기는 씹힐 정도로 다져서 마늘,후추,소금,깨소금,참기름등을 넣고
조물조물해서 간이 배도록 둡니다.
그 동안 쪽파와 부추,양파,당근(사진에 안 보이지만 넣었어요.),팽이 버섯,그리고 칵테일 새우.
칵테일 새우는 흐르는 물에 씻어야 비린내가 안 나요.
하나는 좋아 하지만 상혁이는 별로라 정체를 모르게 잘라 줬어요.
반죽을 묽게 해서 부쳐 주면~
뒷맛이 개운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깍두기 야채전 완성입니다.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주먹밥도 맛있을 것 같지 않나요?
근래에 부엌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생긴 상처들이 많아요.
울 엄니는 고무 장갑 끼고 하라고 하시는데 전 손에 닿는 느낌이 좋아서
늘 맨손으로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아무리 살성이 좋은 저이지만 재생비누로 빨래를 하고 나면 손의 피부가 아플 때가 있어요.
그리고 어느 새 저렇게 상처가 생겨도 늘 손에 물이 닿으니까 아물 새가 없네요.
그래도 제가 빨래 좀 널으라고 하면 우리 하나는 심통을 낸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