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새 만지기(children)

하나에게, 용서를 바라며

hohoyaa 2007. 11. 21. 23:34

하나야,

아까는 너무 자존심 상했지?

엄마는 그 순간 왠지 너한테 최악의 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지금 곰곰 생각해 보니 이 엄마는 정말 엄마 자격이 없는 것 같애. - 늘 하는 말이지만....

어제는 네가 여러가지 쌈야채에다가 마늘 초절임을 얹어  밥도 맛있게 먹고,

엄마가 먹어 보라는 꽈리고추 멸치볶음도 먹고,

또 엄마가 어릴적에 좋아했다는 고추장 비빔밥얘기를 해 주니까 얼른 그것도 먹고 싶다 해서 만들어 주고...

그래서 정말 기분 좋았었거든.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어제의 그 저녁 시간을 되새김하며 오늘 저녁은 뭘 해 줄까?하며 아주 즐거운 오후 시간을 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보냈단다.

그리고 너의 그 퍼즐을 엄마가 다 맞췄으니까 너의 함박 웃음을 기대 했었지.

 

그런데 너는 퍼즐에 접착제를 발라야겠다는 엄마의 말에 네가 겨울 방학 때 다시 맞출거라고 퍼즐에 접착제를 발라 액자 끼우는 걸 좋아하지 않았어.

도대체 이걸 어떻게 보관할 거냐고 묻는 엄마의 질문엔 그냥 이대로 두겠다고.

그런데 네가 이야기 하는 그 삐뚜름한 자세나 어투가 엄마에게는 영 거슬리는 그런 것이었거든.

그래서 일차로 기분이 상했었지.

 

이틀이 멀다하고 샤워하는 네 습관을 엄마는 한 편 이해하는데 문제는 샤워하기 전의 네 준비성이야.

이제 초등학생도 아니고 어엿한 중학생인데 아직까지도 넌 너의 자리가 어느 곳인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아빠도 남자고,상혁이도 남자야.

그리고 네 목욕 가운은 너만 쓰는 것이고 우리 식구들은 아무도 그걸 안 입어.

그런데 왜 매번 샤워하기 전이면 속옷 바람으로 가운을 찾아 헤매이는지

엄마가 여러번 얘기 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네 모습에 두번 째로 화가 났어.

 

샤워가 끝난 후 넌 오늘 반찬이 궁금했겠지.

그리고 최대한 엄마 눈치를 본다면서 말을 꺼낸 것이라는 걸 엄마도 알고 있단다.

하지만 엄마가 얘기한대로 우리 집이 무슨 레스토랑도 아니고

매끼니 때마다 메뉴를 바꿀 수도 없는 일인걸 이해하기엔 네가 아직 어린 것일까?

아침에 맛있다며 먹고 간 미역국을 넌 두 끼 이상은 먹을 수 없는거니?

순간 화를 낸 것이 미안해서,네가 원하는 쏘세지 야채 볶음을 안  해 준 것이 마음에 걸려

계란마끼에 네가 좋아하는 칵테일 새우와 쪽파를 넣고는 

너의 환호를 보고 싶어서 일부러 접시에 새우가 보이도록 모양내어 잘 썰어 놓았는데....

네가 좋아하는 동치미랑, 김이랑 그래도 엄마 딴엔 한 껏 너를 위한 배려를 했음에도

넌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말에 일언 반구 대꾸도 없이 ,

상혁이가 채 식탁에 앉기도 전에,

엄마가 수저를 들기도 전에,

주위에는 눈길조차도 안 주고 네 입에 우걱우걱 밥을 우겨 넣었지.

그래서 엄마는 무척 속 상했단다.

 

그리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마음 저 편에선 만류를 하는데

한 쪽에선 해 버리라고 부추기더라고.

그래서 엄마는 네게 일생 두 번째 상처를 주었어, 오늘 저녁에.

밥 먹을 때에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엄마는 밥을 우겨 넣고 있는 네 머리를 손바닥으로 때리고 말았지.

그.런.데. 그 후 엄마를 쳐다보는 네 눈빛을 엄마는 감당 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밥도 안 먹고 식탁을 떠난거고.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눈치 보느라 바쁜 상혁이를 뒤로 하고 깜깜한 방에 들어와 생각하니

이 엄마가 확실히 못 난것이 맞다.

 

하나야,

늘 말했듯이,네가 어릴 적 앓았었던 그 병으로 인해서 우리 식구들의 식생활이 많이 바뀌었어.

초등학교 1학년 때였으니 너도 잘 기억하고 있겠지.

덕분에 상혁이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쌀 밥을 먹어 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일거야.

아빠 역시 너로 인해 많은 부분을 포기하셨고

엄마도 정말 쉽게 가는 길을 두고 멀리 어렵게 돌아가곤 한단다,

그렇다고 특별히 잘 해주는 것도 없긴 하지만.

 

오늘 아침만해도 그래.

주번이라 일찍 가야 한다는 너를 이 추위에 떨며 가게 할 수가 없어서 어린 상혁이까지도 아침 7시 20분에 길을 나섰지.

평소보다 10분 일찍 가니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상혁이는 평소에도 너 때문에 매일 20분 일찍 새벽 길을 나서는 거야.

그리고 또 하나는 오늘같이 눈이 내린 날 아빠가 집으로 돌아 오실 때 걸린 시간이야.

학교에 갈 때에는 20분이면 충분하던 길이 집에 돌아 오실 때에는 1시간10분이 걸렸다는 것이지.

것두 마지막엔 길가에 차를 세워 놓고 걸어 오셨다는...ㅠㅠ;

너한테 얘기해 줄 기회가 없었지만

아빠가 전 날 일이 늦게 끝나 새벽 5시,6시에 들어오셔도 

늘 아침마다 너희들 걱정에 편히 주무신 적이 없었단다.

 

너도 엊그제 말했었지?

우리 집안이 화목하고 엄마 아빠가 사이가 좋아서 너무 행복하다고.

그리고 밥만 잘 먹으면 뭐든 먹고 싶은걸 먹게 해 주는 우리 집이너무 좋다고 했었잖아.

그런데 막상 너는 중요한걸 자주 잊어 버리는 것 같애.

엄마도 네가 말귀를 알아 듣기 시작할 무렵부터이니

근 10년 이상을 같은 말로 재방송 하기도 이젠 지치는구나.

그래서 오늘 엄마가 평정심을 잃었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리 하나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