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루만지기(feeling)

시누님과 황매 엑기스

hohoyaa 2007. 10. 4. 00:06

요즈음처럼 햇빛 구경하기 힘든 나날,

자꾸만 우울해지는 마음을 추스리려 지난 여름 담가 놓았던 매실 엑기스를 갈무리 했다.

추석이 지난 후 큰 시누님께서 직장암 선고를 받으셨단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었는데,다행히 다른 장기로 전이는 되지 않았고 25차례의 방사선 치료후 수술을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큰 시누님께서는 7남매의 둘째지만 여자로서는 맏이라 바깥일을 하셨던 어머님의 빈자리를 대신 해 동생들 치닥거리를 도맡아 하셨고 특히 막내였던 남편은 누나를 엄마처럼 알고 자랐다.

더구나 우리 하나도 이뻐하셨었고 상혁이는 몇개월간 우리집으로 출퇴근하시면서 키워 주셨기에 우리집 과는 그 인연이 각별하다 할 수 있다.

출가후에도 편편치 못한 결혼 생활로 인해  3남매를 홀로 키워 내셨고 이제는 그 자식들이 제각각 자기 몫을 다 하고 있어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가 했더니 난데없는 암선고라니.

늘 모든이들을 이해하려 애쓰셨고 내게는 물론 다른 동서들에게도 시누 노릇 비슷한 것도 안 하시던 너른 마음자락을 가지셨건만 혼자 몸으로 팍팍한 세상을 살다보니 미처 발산하지 못한 응어리들이 시누님의 몸을 파고 들었는가 보다.

다른 친정식구들의 전화는 안 받고 내 전화만 받으신다는 말씀에 그간 친정에 서운했던 마음이 있으셨는가 보다고 생각되어지면서도 나 역시 형님께 제대로 해 드린 것은 없건만

아마도 우리 아이들과의 깊은 정 때문이 아닌가 싶어 오늘 매실 엑기스를 들고 아이들과 한 번 들러 볼 양으로 항아리 뚜껑을 열었다.

 

 

 

 

 항아리 속 매실이 거의 익었다.

 

 

청매가 아니고 황매라 걱정이 많았는데 다행히 우려한 만큼은 아니라 다행이다.

무른것은 매실 잼을 만들 요량으로 따로 분리해 주고...

 

 

작년 것보다는 색갈이 연하다.

같은 분량인데도 과육이 적고 설탕이 좀 남은 것으로 보아 황매는 씨앗이 더 큰 것 같았다.

 

 

그 중 쫀쫀한  과육은 장아찌 용으로 씨를 발라 냈다.

아무래도 청매처럼 꽈드득 씹히는 맛은 없을 듯 하지만 영양면에서는 더 좋다 하니 위안 삼아 본다.

 

 

 슬로우 쿠커에 올려 놓고 형님댁에 다녀 왔다.

마침 지인들과 당일치기 서해안 여행을 떠나신지라 현관 문 앞에 매실 엑기스와 장아찌를 하나의 편지와 함께 놓고 왔다.

하나는 처음 고모의 소식을 듣고는 눈물 바람을 하더니 상혁이 앞에서 절대 울지 말고 아는 척하지 말란 이 엄마의 말을 알아 들었는지 며칠 새 많이 진정되어 의연한 모습이다.

 

 

 

 씨앗을 발라 내어 매실 잼을 병에 담았다.

이젠 집안에 있는 병이란 병은 다 꺼내 써서 양이 조만하기가 다행이다.

잼을 하기에는 청매보다 황매가 낫다.

상혁이는  씨앗에 붙은 과육을 빨아 먹느라 저녁 내내 입에서 매실 냄새를 풍기며 다닌다.

 

 

 

 

여행에서 돌아 오신 형님의 전화가 왔다.

좋은 음식, 얌전하게 만들어서 갖다주니 고맙다고,

암인 줄을 몰랐을 때보다 방사선 치료를 몇번 받은 지금은 오히려 몸도 가볍고 기분에 다 나은것 같다고,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꼭 이겨 낼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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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분이시다.

나의 큰 시누님은.

별것 아닌 작은것을 이쁘게 받아 주시는 그런 분이시다.

 

 

 

 

매실 엑기스 만들기  http://blog.daum.net/touchbytouch/1103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