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오프라인 모임 가다
인터넷상으로 여러 카페에도 가입해 보고, 작년부터는 블로그도 하고 있지만 오늘 같은 오프라인 모임은 처음이었답니다.
직장 생활도 하고 있고 딸린 아그들도 둘이나 되다 보니 늘 바쁘다 바빠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그러나 사실 모임에 나가기 가장 꺼려지는 이유는 은근 많은 제 나이도 있고, 내성적이라 처음 보는 사람들과는 영 어색해서 말이죠~.
이번 모임은 평소 관심 있는 사진 이야기여서 용기를 내 보리라 작정을 하고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아침 해가 뜨고 아이들도 제 갈 곳으로 보낸 후 슬슬 외출 준비를 하는데 난데없는 오늘의 운세 문자가 왔습디다.
평소에는 안 왔었는데 허둥댈 것 같은 오늘 하루를 미리 예감이라도 했는지...

모임이 1시니까 경기도인 우리 집에서 2시간 전에 나가면 30분 이상은 여유 있게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지방 갔다가 삼일 만에 돌아오는 남편 기분 좋으라고 대충이나마 집안 정리를 하고
머리를 감고 있는데 띵동~! 수건으로 대충 묶고 나갔더니 택배 아저씨네요.
들어 와 다시 머리를 헹구는데 또 띵동~!
이사 온지 2년이 되었건만 우유 배달하시는 아줌마가 집으로 오시기는 또 처음이에요.
전산 처리가 잘못 되었는지 우유 값 때문에 방문하신 것을 문도 안 열고 인터폰으로만 지로로 냈다고 했지요.
또 학원 강사인 큰 조카가 전화를 해서 중학생인 우리 딸 중간고사 대비 문제풀이 집을 보내 주겠다고 시험 날짜며, 교과서의 출판사를 물어 보는데 마다할 수 없어서 딸내미 책가방을 뒤져가며 낱낱이 알려 주었고요.
점심 때 돌아와서 배가 고프면 먹으라고 쌀 씻어 예약 맞춰 놓고 반찬 정리해 놓고 나니
애들 밥 차려주면서 밥이 모자라 길래 안 먹은 제 뱃속이 시끄러워지더군요.
시계를 보니 10시가 다 되었고 밥도 없으니 간단하게 라면이나 먹을까하고 물을 올려놓았어요.
그리고 얼른 가서 머리에 롤을 말았지요.
라면 넣고, 스프 넣고,,,, 그런데 띵동~!
인터폰 화면을 보니 아무도 없어요.
“누구세요?” 하니까 어린 아이 목소리로 “우리 집 찾아 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려요.
다시 “누구세요?” 하니까 “우리 집 찾아 주세요.”
사람이 안 보이니까 한편으론 좀 무섭기도 하더군요.
우선 라면 올려놓은 가스 불을 끄고 나가 보니 꼬마아이가 서 있네요.
집도 모르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집을 찾아 주어야 할 텐데 같이 나갈 상황도 안 되고 가까이에 있는 경비실에 가서 얘기해 보라고 애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안 좋아요.
그래서 경비실에 인터폰을 넣어 이러저러하니 밖에 나오셔서 아이를 좀 보호해 주십사고 하고는 다용도 실 창문 너머로 내다보니 아이가 그냥 밖에 서 있더군요.
옆에 좀 더 큰 여자 아이가 있길래 큰 소리로(우리 집은 2층이에요) 그 아이가 집을 잃어 버렸으니까 경비실에 데려다 주라고 했더니 “얘, 내 동생인데요?” 하데요.
이리 허무할 수가......
그 사이 라면은 익지도 못하고 퉁퉁 불어 버렸어요.
물 좀 더 붓고 다시 끓이고 있자니까 또 띵동~!
경비 아저씨가 아무리 둘러 봐도 그런 아이가 없다며 우리 집으로 오신 거죠.
“아~, 죄송합니다. 누나를 만났다고 다시 인터폰 했는데 받질 않으시길래...”
“허허허허... 아니에요. 다행이네요.”
문 닫고 돌아 서는데 머리에 롤 말아 붙이고 있는 제 모습이 보이더군요.
다시 쫄고 있는 라면을 면만 건져 먹고 �기듯이 준비하고 나왔습니다.
시간 좀 벌어 보겠다고 환승까지 해 가며 지름길로 가는 줄 알았던 버스를 탔는데 이 버스가 노선이 조정되면서 돌아가는 버스였네요.
그러다 보니 겨우 10분전에 신촌 역에 도착했어요.
그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연대 쪽 TOZ로 간 것이죠.
가서 아무리 게시판을 보고 안내에 물어 봐도 예스24란 이름이 없어요.
인터넷 들어가 확인하니 이대 쪽 TOZ로군요.
제 허둥9단 일진이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마침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는 11층까지만 운행을 하니 14층까지는 걸어서 갔어요.
오는 길도 고달팠지만 커다란 선물 보따리 들고 오느라 마음은 즐겁게~.
유익하고 재미있는 DSLR 강의도 듣고 클럽에서 닉네임으로만 알던 분들도 실제로 만나니 반가운 마음보다 왜 그런 닉네임을 붙였을가?하고 분석하는 재미에 빠지게 되더라는...
먼저 돌아온 남편이 아무 말 안해도 아줌마의 속은 타 들어가는데 돌아가는 길도 막힙니다.
미안한 마음에 오자마자 식구들 저녁 해서 먹이고 저는 또 지쳐서 굶었어요.
그래도 엄마 없는 동안 누나가 이를 빼 주었다며 신이 난 우리 아들 얼굴을 보니 안 먹어도 배부르게 생겼죠?
그나저나 오늘같이 특별한 날 이렇게 후기라도 올려야지 하고 컴 앞에 앉으니 다시 강의실 전경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조만간 DSLR 지름신님께서 강림하시면 영접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중이랍니다.
내가 가진것과 같은 자동 디카를 똑딱이라 부르더군요,오늘 첨 알았어요.
늘 집과 회사밖에 모르고 살다가 모처럼 젊었을 때 활보하던 동네에 가보니 엔돌핀이 마구 샘 솟아 아무 생각 없이 싸돌아 다니고 싶었건만 그럴 수 없는 이 내 처지를 식구 중 누가 알아 줄려나?
아직 미혼인 후배, 오늘 같은 날 밖에서도 집 걱정에 불안해 하는 내 모습 때문에 설마 결혼 생각 접은 건 아니겠지?
모임 전용 공간인 토즈,
강남에 2곳,신촌에 2곳,대학로에 1곳이 있다네요.
이용 요금은 2시간 기준으로 1인당 4000원인데 음료는 서비스,무한 리필이구요.
왠만한 커피� 가느니 조용하고 깨끗한 그 곳이 참 좋더이다.
단점이라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이지만 이야기 고픈 사람들,정모,스터디 그룹 하기에 딱인 곳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