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hoyaa 2007. 7. 10. 12:59

짝!

짝!

짝!

짝!

짝!

 

몇년 전 어느 날,우연히 집에 있다가 듣게 된 소리였다.

처음엔 그저 무슨 소리인지 신경 안 썼는데 계속되는 그 소리에 겨울철 샷시 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 봤다.

5층인 우리집에서 막바로 아래 아파트 화단 옆에는 앞 동에 사는 하나 친구와 그 엄마가 서있고 달리 그런 소리가 날만한 다른 풍경도 없어 다시 문을 닫으려는데...

그 엄마가 초등학교 1학년인 자기 딸의 뺨을 철썩 철썩 때리는 것이다.

연약한 아이는 악~!소리 한번 내지르지 못하고 엄마의 따귀 세례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었다.

갑자기 내가 당황이 되어 못본 것을 본 것마냥 서둘러 문을 닫았다.

문을 닫고도 한동안 그 소리가 이어지고......

 한 겨울 추운 바람속에서 아이의 두 뺨이 빨갛게 부어오르고 눈물까지 얼어버리게 했던 잘못이 무엇일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시 내다보니 이미 그들은 그 자리에 없었다.

 

그 엄마는 아이 일에 상당히 열심인 엄마였다.

아침에 유치원 차를 기다리노라면 가장 이쁘게 머리 단장을 하고 항상 공주같이 이쁜 옷을 입고 느즈막히 나오는 아이의 엄마였다.

물론 그 엄마도 키도 크고 늘씬하고 미인형이니 당연 눈에 띄는 환상의 커플이었다.

어쩌다 마주쳐서 이야기 할 기회는 있어도 좀처럼 가까워질 수는 없는 한계를 느끼게 하는- 나와는 아주 많이 달라 보이는 엄마였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엄마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러면서 다짜고짜 '하나가 ㅇㅇ이를 물었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다른 부모에게서 책임 추궁을 당한 나는 그 좋아하는 불고기를 볼이 미어지게 먹고있는 하나에게로 화살을 돌렸다.

"하나야 너 ㅇㅇ이를 물었니?"

"네..."

아~! 사실이었다.

전화로는 미안하다고 내내 수그리고 눈으로는 하나를 노려보고 마음속에선 딸로 인해 당하는 이런 상황이 치욕스럽기만 하다.

전화를 끊고서야 고기를 앞에놓고 먹지도 못하고 울고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왜 물었어?"

"이사가지 말라고..."

 그 날 오후 ㅇㅇ이와 함게 영어 공부를 하던 중 ㅇㅇ이가 이사를 가게 되었다고 하니까 이사기지 말라고 등을 물었다는 것이다.

옆에 계시던 친정 엄마는 얼른 과일이라도 한 박스 사 가지고 같이 병원이라도 다녀오라고 채근을 하신다.

상처는 크지 않을지라도 일단 그 부모의 마음을 진정시키려면 무조건 미안하다고 해야한다 하시면서...

평소에도 그 엄마랑은 영 껄끄러웠는데 이런 식으로 집엘 찾아 가려니 마음이 내키지가 않았다.

영어 선생님께 올라가서 혹시 상황을 아시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은 오히려 금시초문이라 하시고,

바로 상앞에서 애들 서너 명과 함께 수업을 하는데 선생님이 몰랐으면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닐것이고 이성적으로 생각 해 보니 여름도 아니고 겨울 철에 내복과 겉옷위로 살짝 물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그래도 일단 슈퍼에 가서 물건을 고르고 그 집에 전화를 해 보니 받질 않아 다시 시간이 가고 흐지부지 되어 버렸다.

나중에 전화 통화 내용을 곱씹어 보니 상처가 났느냐는 내 물음에 상처는 없다고 했으니 병원 갈 일은 아닌것 같고,한 겨울에 애 옷을 벗기고 검사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아이가 사심없이 하나가 이사가지 말라고 나를 물었다는 말에 그 엄마는 그리 크게 흥분을 했었는가 보다.

 

유치원에서 누가 자기 딸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아침에 차량 지도를 하시는 선생님을 붙잡고 구구절절이 하소연 비슷하게 우리 딸, 귀한 딸 하지 않았던가?

그런 엄마가 아이의 뺨을 한 두대도 아니고 여러차례 때리고 있는 모습에서 소름이 다 돋았다.

 

귀싸대기,뺨때기,따귀......

체벌 중에 따귀만큼 아이에게 인격적으로 모욕감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이제껏 누구와 싸워 보지도 못한 채 40년 이상을 산 순둥이 아줌마라 그런지 우리 아이들에게도 큰소리나 회초리로 겁을 줄 망정 그렇게 손이 올라가기가 얼마나 힘이 들고 용기가 필요한 것인지 알고 있다.

이번 캠프에 다녀 온 상혁이는 같은 반 친구에게 뺨을 맞았다고 한다.

같이 모래 사장에서 놀다가 상혁이가 모래를 발로 찼는데 그 친구가 모랫속에 달팽이가 사는데 왜 차느냐고 하고 상혁이는 달팽이가 없다고 했더니 그 어린 여덟살 짜리 아이가 상혁이의 뺨을 때렸단다.

        세상에 ......우리도 안 때린 뺨을 .....

그 말을 듣고 보니 마음에 상처로 남을 추억을 만들고 돌아 온 상혁이가 측은하게 보였다.

그러면서도 입으로는 "그래서 상혁아. 너는 어떻게 했어?"

"그냥 참았어...."

"잘했어. 아마 그 친구도 지금 쯤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을거야."

눈물이 난다.

 

하나에게도 그렇고 상혁이에게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친구가 시비를 걸면 같이 대걸이를 하지 말고 참으라고 가르친 나는 어쩌면 비겁한 엄마일지도 모르겠다.

겉으로는 평온을 가장하지만 실상은 누구와 싸워 보질 못 해서 큰소리에 지레 주눅이 들어 버리고 마는...

아이를 전폭적으로 믿고 위한다면 아이들을 위해 싸워 주기도 해야 하는데 난 항상 뒤로 물러서는 엄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