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국제 음악극 축제 "마고할미"
아이들과 의정부에 다녀 왔다.
몇 년전 같은 페스티벌에 갔을 적에도 날이 궂은 기억이 있는데 오늘도 역시...의정부랑은 뭐가 안 맞는가??.
비가 오기도 하고 하나도 집에서 쉬고 싶다는걸 의정부 예술의 전당에 하나 아빠 친구가 있어서 미리 좌석을 마련 해 주는 바람에 별 기대 없이그냥 건성으로 나선 길이다.
정작 보고 싶은 공연은 이미 끝났고 애들을 위해 어린이 음악극 "마고 할미"를 봤는데 어른인 나도 재밌게 봤다.
마고 할미라는 이름이 낯설은 우리,마고 삼신이라하면 이해하기 쉬워 질까?
“걸어 걸어 맨발로 걸어/ 걸어 걸어 온누리를 걸어/ 아무 데나 걸어가다 보면/ 마고할미 만날 것만 같아/ 마고할미 치맛자락 보일까 발자국이 보일까/ 마고할미 마고할미 머리카락 보일까 발가락이 보일까/ 마고할미 구름 속에 숨었나 하늘 높이 숨었나….”
창작 음악극 ‘마고할미’ 주제곡 ‘마고할미 만나러’ 가사의 일부다. 두 주인공 꺼먹새와 하늘이가 동요처럼 부르는 이 노랫말에 ‘마고할미’ 내용이 모두 녹아 있다. 마고(麻姑)할미는 전국에 산재한 창세신화 중 하나로, 그 중에 특히 제주도에 전해오는 선문대할망의 한자식 이름이다.
제주도를 창조했다는 선문대할망은 한라산을 베개 삼아 누우면 다리가 제주 앞바다 관탈섬에 걸쳐졌다고 한다. 이처럼 마고할미는 하늘에 닿을 만큼 키가 크고 산을 들어올릴 정도로 힘이 센 창조의 여신이다.
이 공연은 마고 할미의 창세 신화를 우리 가락과 노래,춤으로 어린이들에게 들려 주는데 그 가락이 아주 편안하게 들리고 흥이 있어 관객으로 앉아 있는 나이 어린 아이들의 어깨를 들먹이게도 한다.
어린이 창극이라더니 역시 단체 이름이 '국립 국악원'.
무대 앞에 마련 된 오케스트라 자리엔 우리 국악기들이 자릴 잡고 있다.
상혁이는 그 중에 자기가 다뤄 봤던 징을 찾아내서는 제법 아는 척을 해 보고~.^^
모두들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아 객석은 금방 아이들의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막이 오르고 무대 왼 쪽에서 한지로 만든 커다란 얼굴에 손이 기형적으로 커다란 마고할미가
마치 조지훈의 승무를 연상시키듯 맵씨있게 걸어 나오는 순간
와~! 멋지다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줄거리는...
어느 날 밤,만삭의 엄마 옆에서 자장가를 듣던 하늘이는 맨 발로 흙위를 걷는 마고 할미를 발견한다.
마고 할미는 하늘이와 따뜻한 흙을 밟고 놀다가 하늘이의 손에 흙 한 줌을 쥐어 주고는 떠나간다.
때마침 엄마의 진통이 시작되고 엄마의 산고를 지켜보던 하늘이는 생명의 탄생에 의문을 갖게 되고
마고 할미의 치맛길을 따라 여행을 시작한다.
마고 할미는 손과 발이 엄청 커서 측량하지 못할 거인이다.
태초에는 하늘과 땅이 맞붙어 있어서 그 사이의 인간들이며 창조물들이 뒤죽박죽 엉켜 있었는데
마고 할미가 두 발을 땅위에 붙이고 벌떡 일어나 하늘을 들어 올려 비로서 제 자리를 찾게 해 주었다.
하늘과 땅이 열리고 세상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자 마고 할미는
이렇게 강을 만들어 세상을 식혀 주었다.
강물로 보이는 저 푸른 천은 무엇일까?
마고 할미의 '쉬-'였다.
지열도 식고 욕심이 생긴 인간들은 마고 할미에게 땅이 더 필요하니 섬을 만들어 달라하고 ,
각종 재난으로부터 자신들의 땅을 지켜 줄 둑을 만들어 달라하며
대신 할미의 구멍 난 치마를 기워 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 약속을 지키는 대신 자신들만의 도시를 건설하고
마고 할미의 따뜻한 땅을 차가운 땅으로 변질시킨다.
마고 할미는 슬픔으로 인해 몸이 사위어지다가
마지막 순간에 하늘이의 도움으로 따뜻한 지력을 회복시킨다.
집으로 돌아 온 하늘이는 동생을 품에 안은 엄마,아빠와 만나고
마고 할미는 인간들을 너른 품안에 따뜻하게 안아 준다.
2006년 ‘올해의 연출상’을 받은 연출자 김민정(극단 사다리 상임위원)씨는 “어린이들이 국악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도록 음악, 무대장치, 소품, 의상에 전통적인 색을 입히는 등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가급적 대사를 줄이고 무용과 소품을 활용한 몸짓 등으로 상상력과 재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상 푸른 색은 미디어다음 기사 발췌임.
어린이에게 우리 고유의 창세 신화를 보여주는 것 말고도 다른 메시지를 여기에서 보았다.
연출자가 의도하였건 의도하지 않았건 마고 할미의 따뜻한 흙이 그 온기를 점차 잃어가는 과정에서
급속도로 산업화가 진행되어 우리가 살고 있는 땅과 호흡하는 공기가 이미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라도 아이들과 그 점에 대해서 얘기해 봤더라면 좋았을텐데 오면서는 늦은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무얼 먹을까? 사 먹느니 그 돈으로 집에가서 고기나 구워 먹을까? 하는 일차원적인 욕구로 시간을 허비했다니...아쉽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함께 머리를 맞대면 어떤 말들이 쏟아져 나올까?
지금은 제법 가치있는 것이라 생각되어져 머릿속에 차곡차곡 넣었다 하나와 상혁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꺼내 놓을 작정이지만 십중팔구 학교 숙제나 다른 것이 더 중요하게 부각되는 바쁘고 정신 없는 주말을 맞이할 것같다.
나도 어리석은 인간이니까.
공연이 끝난 후 비가 오는 풍경을 한참 바라 보았다.
오랫만에 느끼는 휴식이었다.
저 사람들이 나눈 대화는?
상혁-아빠,이게 뭔지 알아요?
아빠-마고 할미의 오줌이지. 이 오줌이 내를 이루고 강이 되어 바다로 가서 바닷물이 짠 맛이야.
하나-아빤 오줌이 짜다는걸 어떻게 아세요?혹시 맛을...?
상혁-까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