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남양주,직장은 서울.
손뜨개를 좋아 하지만 차분하게 앉아서 바늘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어서 대개는 출퇴근길 버스안에서 주로 손뜨개를 한다.
요즘은 역시 수세미.
여기 저기 주고도 아직 주고 싶은 이들이 많이 있다.
가면서 2개,오면서 2개. 하루에 4장이다.
오늘도 우체국에 들러 소포를 부치고 나와 마침 오는 버스를 탔다.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시던 기사 아저씨가 운전석이 아닌 뒷좌석에서 앞의 신참 기사분을 연수시키는 중이신 듯.
자리에 앉아서 수세미를 뜨기 시작한다.
한참을 가다가
"항상 그렇게 뭘 뜨시죠?"
"네~.수세미에요."
"수세미요? 그게요?"
"네. 세제없이 사용하는 수세미인데......."
또 수세미 자랑을 했다.
"와.그것 참 좋겠네요. 저도 한장 주시지."
늘상 친절이 몸에 배서 손님이라면 초등학생에게까지도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늦게 귀가하는 고등학생에게는 '어휴~! 피곤하겠다.얼른 자리에 앉아.''
노인들에게는'앞문으로 내려 드릴테니 편하게 앉아 계세요.'
보고 있는 이까지도 미소짓게 만드는 아저씨,그래서 뜨고 있는것을 마무리 해서 건네 드렸다.
"정말 이쁘네요.이거 실 사드리면 더 떠 주실 수 있나요?"
"실 사서 아이들 엄마에게 떠 달라고 하시죠?"
"집사람은 이런걸 못해요."
"잘 몰라서 그렇지 ,아마 할 수 있을 거에요."
"아니에요,직장 생활도 하고 성격적으로 이런것과는 거리가 있거든요."
그렇게 수세미 때문에 말이 시작되고 선물을 해야 하니 떠 달라고 해서 내가 갖고 있던것 중 한셋트를 실값만 받고 팔기로 했다.
내가 만든것을 누구에게 팔아 보긴 처음이라 가격도 제대로 못 맞추고 ,내일 전해 주기로 했다.
며칠전 핸드폰으로 온 오늘의 운세
'반가운 이성을 만나요.'
오늘 아침 오늘의 운세
'이성운이 좋은 날입니다.'
마침 새벽에 문자를 확인했던 하나 왈
"엄마,바람났어요?"
"왜?
"운세가 계속 그렇네???"
"아빠도 똑같애,엄마랑 동갑이니까, 엄마보다 아빠부터 살펴라~.^^"
ㅎㅎ운세가 맞긴 맞나 보다하고 하나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있지,운세가 맞나 봐,오늘 버스안에서......어쩌고 저쩌고
'나보고 눈이 예쁜데 왜 안경을 썼냐고 ...' -인사성 멘트인것을 나도 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해서 62년생이라 했더니 못 믿겠다고...' -전엔 많이들 그렇게 봐 줬지만 이젠 아닌것을 나도 안다.
그래도 보통 때라면 같이 장난치며 맞장구 쳐 주던 남편이 오늘은 시큰둥하니까 재미가 없어졌다.
퇴근 후 늦은 저녁을 먹으며 다시 얘기가 나왔다.
자세하게 얘기를 듣고 난 하나 아빠 왈
"작업한거야."
"???"
"다 그렇게 시작 해."
"아니야,그 아저씨는 진짜 수세미에 관심이 있었다구, 그리고 앞에 다른 기사 아저씨가 있었는데..."
"그게 더 쉬워. 자기 내린 다음에 둘이 걸렸다고 했을거야."
"내가 한 미모 하는것도 아니고,돈이 많아 보이는것도 아니고,나이도 내가 더 많은데..."
"수세미 떠 달라고 하고 전화 번호 달라면 작업이야."
"내일 올텐데..."
"여기로?" 남편은 놀란 토끼 눈을 한다.
"응,내가 소포로 보낸다고 했더니 내일 휴무라고 이 동네 와서 전화 한다는데...
어떡하지? 같이 나갈래?"
"나를 쫌팽이로 만들려구~?!"
"그럼 어쩌지??? 전화가 안 와도 그렇고 와도 그렇고..."
"집으로 오라고 해.차나 한 잔 마시고 가시라고."
"자기 집에 있을거야? 그래야 겠다.에휴~! 이젠 좀 마음이 놓이네."
그런데 내일 정말 수세미를 사러 오려나???
아크릴 수세미의 결정판 http://blog.daum.net/touchbytouch/625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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