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책읽기/책장을 덮으며(book review)

나에게도 너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다마모에"

hohoyaa 2011. 7. 12. 16:09

 

 

"다마모에"란 일본원작명이 "魂萌え!"라고 해서 번역자는 혼이여,타올라라!라고 표현을 했다.

"OUT"를 통해 이미 기리노 나쓰오의 필력을 확인한 바 있지만 이번 작품은 부인공론 문예상을 받았으니 좀 다른 장르의 작품일 것 같아 확인하는 마음으로 골랐다.

 

먼저 '魂萌え' 의 뜻을 알아보느라 일어사전을 찾아봤더니 그 단어는 찾을 수가 없고 다만  萌え라는 것이

명사와 동사 두가지 뜻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았다.

もえ

もえる

남편의 비밀로 인해 이미 죽은 남편의 혼까지 온전히 품을 수는 없다는 뜻인지

남편이 죽고 비밀을 알게 되었으니 그로인해 싹트는 질투와 미움의 감정을 말하는지

어찌되었든 내게는 양쪽이 다 나름 의미가 있는 해석이다.

 

"다마모에"는 평범한 중년주부였던 '세키구치 도시코'가 급작스런 남편의 죽음으로 인해 남편의 비밀을 알게되고 그로 인해 그나마 평온함을 유지되고 있었던 가족의 울타리마저 송두리채 뽑히는 듯한 상실감과 배신감과 일탈을 그리고 있다.

일단 그토록이나 하드보일드한 작품을 썼던 '기리노 나쓰오'의 다른 면을 보게되어 좋았고 그렇다고 이 작품이 그녀의 다른 작품보다 싱겁다고는 할 수 없다. 

 

그 시기가 이르건 조금 늦어지건 배우자와의 사별은 늘 상실에서 오는 고통과 더불어 재빨리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도록 강요되어진다. 

60을 바라보는 이제는 인생을 관조할 나이라 생각하던 도시코에게도 남편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질투라는 것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더구나 상대인 이토는 도시코보다도 연상. 급하게 조문을 오느라 미처 지우지 못해 스타킹밑으로 비쳐보이는 패티큐어를 보면서 여자로서는 도시코보다도 한수 위임을 가슴쓰리게 인정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별히 큰 어려움없이 하루하루가 평범하던 도시코의 인생이었는데, 아차하는 사이에 자신이 너무 현재에 안주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도시코에게는 친구들이 있다. 역시나 도시코를 포함한 4명이다.

40대에 남편을 잃었으나 돈걱정없이 싱글로 씩씩하게 살아가는 에이코와 가정은 물론 재테크에도 능한 현모양처 미나코, 연하의 남편과 살면서 셀렉트숍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는 멋쟁이 가즈요까지.

도시코는 에이코와는 그리 친하지 않았으나 남편이 죽으면서부터는 동병상련이랄까 다른 친구들에게서 거리감을 느끼게 되고 그네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미 예전의 자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든가 남편의 친구와 하룻밤을 지내고 결국 자신도 이토와 같은 처지일 수 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는 모습도 같은 여자로서 공감이 간다.

남편인 다카유키는 마지막이 되었던 그 날도 취미인 메밀국수 만들기 교실에 다녀와 기분좋게 샤워를 하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도시코는 그 때 자기가 좀 더 일찍 욕실을 들여다봤더라면 남편이 살 수 있었으리라고 자책을 한다. 그 메밀국수 만들기 교실사람들이 조문을 오고 자기가 아는 남편과 밖에서늬 남편이 사뭇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되면서 도시코는 흔들린다.

이 작품에도 물론 반전이 있다.

충격적이지는 않아도 마지막에 도시코가 그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의 도시코로서는 아니 도시코가 아닌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그렇게밖에는 하지 못했으리라.

 

"다마모에"는 일종의 성장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행복하다 믿었던 중년의 여인이 죽은 남편의 비밀을 알게되고 너무 이르게 찾아온 남편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유산을 놓고 자식들과 분쟁이 나고 난생처음 홀로 밤거리로 나와 캡슐호텔이라는 곳에 들어가 눈뜨고 코베임도 당하고. 그러면서 도시코는 홀로 설 채비를 한다.

남편이 있었던 모임이 '메밀국수 만들기 교실'이 아닌 '메밀국수를 먹으러 다니는 모임'으로 성격을 달리하면서 자신의 친구들과 남편이 알던 회원들과 어울려 자신의 상처까지도 입밖에 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한다.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드라마로도 방영이 되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요즘같은 시대에 흔한 소재일 수 있지만 기리노 나쓰오의 개성이 가해져 눈물 콧물을 짜지 않아 좋더라.

읽은지가 오래되어서 이미 퇴색한 독후감이다.ㅎ~

 

 

 


다마 모에

저자
기리노 나쓰오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08-12-2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엄마도 혼자이고 싶을 때가 있다! 일본의 인기 대중 소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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