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북 마법의 검
애니메이션의 고전이 되어버린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에서부터 '정글북','피노키오','덤보','밤비',가까이는 '타잔'이나 '포카혼타스','뮬란','라이온 킹','인어공주','헤라클레스'등의 작품명을 듣는다면 무슨 생각이 날까? 디즈니,월트 디즈니이다.
어린 시절 흑백 tv속에서 월트 디즈니가 커다란 책상앞에 앉아 도널드 덕의 투덜거림에 마치 살아있는 친구를 대하듯 반응하며 앞으로 등장하게 될 작품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자란 나에게 디즈니는 신세계였다.
지금도 가끔씩은 그 시절의 작품을 다시 보고프기도 하다.
신시대의 사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인색한 나는 당시 눈에 익었던 올리 존스턴과 프랭크 토마스의 작품들이 특히 좋아서 우리 아이들이 다른 만화영화가 아닌 '정글북'이나 '마법의 검','101마리의 달마시안'등의 고전을
틀어놓으면 같이 자리잡고 앉아 보곤 했었다.
너무나도 깨끗하게 정리된 만화영화를 보고 자란 이들에게는 거친 펜터치가 그대로 드러난 그 작품들이 다소 낯설겠지만 좋은 그림은 시간을 넘어서도 통하는 것인지 우리 아이들의 눈에도 단선의 그림보다 훨씬 분위기있고 멋져보인다고 한다.
한장, 한장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셀룰로이드 셀에 복사를 해서 역시 사람이 페인팅을 하고 셀 청소를 하고 배경을 깔고 한프레임, 한프레임...1초에 24프레임을 찍어 만든 디즈니 풀애니메이션,그 2D 애니메이션에는 우리 인간의 따뜻한 손기운이 녹아있다.
1995년,그런 디즈니 픽사가 3D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한다.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스타워즈'의 광선검 정도만 알고 있었던 나이기에 디즈니의 이런 시도가 좀 충격이었다. 더구나 컴퓨터로 어떻게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을 만들겠나 싶었는데 막상 '토이스토리'1편이 세상에 공개되고 나서는 내가 얼마나 편협한 외눈박이였는지 알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동안 2D를 뛰어넘는 갖가지 효과와 선명한 색채에 내내 홀려서 사람도 아닌 컴퓨터로 그렇게 따뜻한 그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고 감탄스럽기만 했다.
'토이스토리'로 시작되었던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15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이제 일상다반사가 되어버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방학이 돌아왔고 드디어 '슈렉4'가 세상에 나왔다.
2001년에 시작해서 2010년까지 4작품을 출시한 드림웍스.
디즈니 천하였던 애니메이션계에 스티븐 스필버그와 제프리 카젠버그가 이끄는 드림웍스가 '이집트 왕자' 와 '엘도라도'등 개성있는 작품으로 도전장을 던진 후 '개미'로 시작한 그들의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슈렉'에 이르러 절정을 구가한다.
그리고 대중의 기억이 쇠하기 전 부지런히 속편에 속편을 만들며 '슈렉4'를 선보이게 된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1995년에 시작해 2010년까지 3작품을 만든 픽사의 선택만 놓고보아도 그 작품의 완성도와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올 여름 두 작품의 성패는 '토이스토리'의 완승이라고 말하고 싶다.
'토이스토리3'을 보고와서는 집에 있는 토이스토리 메이킹북을 펼쳐 들었다.
그 책의 초입에 픽사에 대해 언급한 글이 있길래 여기에 옮겨본다.
영화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용도가 단지 대중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이었던 1990년대 초반, 존 라세터 감독과 그의 픽사 동료들은 오직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만들어진 장편영화를 구상 중이었다. 그들은 이미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와 광고 부문에서 상을 받으며 엄청난 성공을 이루었기 때문에 오래도록 간직해왔던 목표를 향해 발을 내디딜 순간이라고 느꼈다. 1986년, 라세터, 제작자 랄프 구겐하임, 기술 감독 빌 리브스, 그리고 그래픽 전문가 팀과 루카스 필름을 떠나 스티브 잡스와 함께 픽사를 세운 회장 에드윈 캐트멀은 “우리는 시작부터 영화의 특색을 드러내려고 했다.” 라고 말했다.
픽사가 성실하게 그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던 시기에 디즈니社는 이미 성공한 기존의 2D 셀애니메이션을 넘어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 단계는 팀 버튼과 함께 스톱모션을 이용한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만든 것이었다. ‘미녀와 야수’에서는 디즈니가 배경과 애니메이션의 몇몇 장면에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 ‘세계 최초로 컴퓨터 그래픽으로만 만들어진 영화’라는 그 누구도 시도해본 적 없는 새로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을 고려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픽사로 돌아가보자. 월트 디즈니의 회장인 피터 슈하이머는 존 라세터감독을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하며, "그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단편영화를 만들었고, 그 실력은 세상 누구보다도 뛰어났다." 라고 말했다. 1986년, 픽사는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인 ‘룩소 주니어(Luxo Jr.)’로 아카데미 단편애니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2년 후에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 ‘틴 토이(Tin Toy)’ 로 첫 번째 아카데미 상을 받았다. 부사장인 토마스 슈마허는 “픽사는 컴퓨터 화면에 장면 하나하나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세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고 아름답게 그리고 훨씬 더 따뜻하게 영화를 만들어냈다” 라고 말했다.
번역;딸 유하나
어쨌든 내가 이 책을 들춰보게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의 양치기 아가씨 보 핍(Bo Peep)의 부재때문이었다.1편에서도 2편에서도 존재감은 희미하나마 우디를 좋아하는 유일한 여자 인형으로서의 위치를 지키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소리소문없이 홀연히 사라져 3편에서는 머리카락조차 보이지않았다,
3편에 출연한 다른 장난감들도 보가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는 장면이 있을 뿐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그러면 대체 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평소 미드를 보며 감각으로 익힌 추리력을 동원해 실마리를 풀어 본다.
일단 보는 양치기 아가씨이다.
보기에는 순박한 시골처녀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그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 실상은 city chic에 가깝다고 한다.
보의 캐릭터 설정에 보면 그녀는 패티코트를 입은 숙녀라고 되어있다.
초원을 가로지르며 양떼를 모는 활발한 아가씨를 상상했다면 당신도 그녀의 겉모습에 속은 것이다.
그녀는 달리지도 않고 커다란 움직임도 없으며 지나치게 정적이라 다른 장난감들과는 달리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들정도로 결코 이해하기 쉬운 여자는 아니었다.
남자주인공인 앤디의 장남감중 유일한 여자 인형이니 아마도 어린 앤디가 우디에게 여자친구내지는 곤경에 빠진 공주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다른 것은 고려하지 않고 손에 잡히는대로 구해온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 영화가 시작되면서 우디와 보의 로맨스를 기대했다가 약간 실망도 했고 떠들석하게 어울리는 다른 장난감과는 달리 늘 한쪽에서 조용하게 있는 그녀에게 이중적인 면이 있는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의연했다.
1편 마지막에서 미세스 포테토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보에게 그리 큰 위협이 되지 못하였고
2편에서 카우걸이 등장하면서는 여자 인형으로서 보의 존재감이 조금 흐릿해졌다.
카우걸은 버즈를 좋아하지만 외형적으로는 우디와 한셋트이니 양치기 아가씨가 설자리는 더더욱 좁아진다.
거기에 모두가 알다시피 처음 토이 스토리를 구상하면서 픽사는 마텔社의 바비인형 출연을 염두에 두고 접촉을 시도했으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1편을 보면서 앗!저것은 혹시 바비의 다리?하고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까?
이웃집의 악동이 장남감들을 분해해서 이리저리 조합한 괴물장난감들중 다리달린 낚싯대를 보는 순간 나는 픽사가 마텔社의 거절에 자존심이 상해 저런식으로 복수를 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아마 이 컨셉을 잡은 애니메이터도 틀림없이 창의적인 악동이었으리라. ㅎㅎ
애니메이터들의 개그본능은 가히 천재적이다.
다른 설도 있지만 당시 마텔社는 바비의 세련되고 고급스런 이미지와 아무데서나 굴러다니는 장난감들과는 격이 틀리다고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토이 스토리 1편이 의외의 성공을 거두면서 이번에 거꾸로 마텔社가 픽사에 출연요청을 하게 되었다. 픽사는 제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바비인형을 마트에 무더기로 깔아 놓고서는 흔하디 흔한 맹한 금발미인으로 만들어 비아냥거렸다.
이번에 토이스토리 3편을 보면 바비가 많이 의식화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유행을 좇고 치장에만 관심이 있던 바비가 친구들과 운명을 함께 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척후병노릇까지 하는 모습이 그것이며 또 써니사이드 탁아소를 탈출하면서 던지는 바비의 한마디는 어?바비가 제법인데?하는 생각과 함께 여전사로서의 위치를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된다.
더구나 켄이라는 남친까지도 바비의 수중에 들어왔으니 상대적으로 원인모를 보의 실종이 안스러운 것이다.
왜 이 멋진 전사역할을 보가 맡지 못했을까? 보에게는 든든한 스폰서가 없었던 것일까?
하다못해 토이스토리 1편에서 우디와 버즈는 쓰디쓴 동맹이라도 맺건만(우디와 버즈가 처음엔 앙숙이었지만 위기에 처하자 ‘어쩔 수 없이’ 동맹을 맺는 것을 뜻함) 왜 바비와 보는 함께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의 가엾은 보는 어디로 갔을까?
벼룩시장에서 다른 집으로 팔려갔을까? 그러면 왜 하필 보일까?
망가졌을까? 다른 장난감들은 다 멀쩡한데 왜 하필 보가?
이제 그 미스테리의 실체가 밝혀진다.이는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견해임을 미리 다짐해 둔다.
보는,보는,보는 그러니까 자기로 만들어진 인형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그녀가 별달리 큰 액션을 하지 않았던 모든것이 이해가 간다.
깨지기 쉬운 자기 인형이니 다른 장난감 인형들과 함께 스릴있는 모험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늘 소극적으로 있는 듯,없는 듯. 하는 연기라고는 눈을 크게 뜨고 놀라며 한손에 든 지팡이를 흔드는 것외에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지도 다른 장난감들과 함께 찻길에서 모험을 하지도 더구나 이번 3편에서처럼 재활용 용광로에서의 집게손 탈출은 위험천만한 것이니 일찌감치 보를 도태시킨 것이다.
아마도 한순간 방심을 하는 통에 그만 깨져버렸다고 설정하기도 쉽지 않았을까.
장난감이 깨져버린다는 것은어떤 것일까?
산산조각이 나버린 유년의 꿈만큼이나 애석하고 후회스럽고 돌이킬 수 없음에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토이스토리를 보면서 말을 배우고, 토이스토리를 기다리며 나이를 먹고, 토이스토리를 생각하며 장난감을 아끼던 우리 아이들의 순진함도 보가 사라지듯이 그렇게 사라져갔다.
책을 보다보니 일개 자기 인형,그것도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인형하나때문에 너무 감상적이 되었나 보다. ^^;
그림자로 표현된 보와 실체가 있는 우디의 모습.
마치 이들의 운명을 예고하기라도 한 듯한 책의 속지이다.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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