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죽순을 좋아해.
하지만 늘 통조림으로만 보았고 실제로 본 적은 없어서 비가 온 후 여기저기에서 삐죽삐죽 올라와 있는 죽순을 비유한 우후죽순이라는 사자성어를 들어도 그 죽순의 모습이 잘 안그려 지더라구.
통조림으로만 보았던 죽순을 며칠 전 마트에서 실제로 보았어.
그런데 엄청 큰 것과 아주 작은 것,그리고 보통의 크기인 죽순들이 모두 가격이 똑같은거야.
그래서 아빠랑 어떤 것을 골라야 할까 고민을 좀 했단다.
매대에서 죽순을 파는 사람에게 왜 크기가 다른 죽순이 모두 같은 가격이냐고,어느 것이 좋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가져오는 가격이 모두 같아서 그렇다는 거야.
그리고 큰 것이 좋은지 작은 것이 좋은지 모르겠지만 일단 같은 가격에 큰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엄마랑 아빠는 큰 것은 혹시 너무 자라 쇠지 않았을까, 또 작은 것은 덜 여물어 먹을게 없지 않을까 해서 중간 크기로 골랐지.
이게 중간 크기인 죽순의 모습이야.
요맘 때가 죽순이 한창이라 일단 한개를 사와서 병조림을 만들어 보고 성공하면 더 사서 만들려고 해.
다시마 우린물에 이 죽순을 넣고 끓인 계란탕이 너희들 아침으로 아주 좋을 것 같아서 해주고 싶어도 통조림을 사서 쓴다는게 늘 마음에 걸렸었거든.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어 처음으로 죽순을 삶아보는거야.
일단 맨 끝의 뾰족한 부분은 비스듬히 잘라 주라고 하더구나.
왜 비스듬하게 자르는지는 모르겠네,똑바로 잘라도 되지 않을까 하면서도 엄마는 일단 비스듬히 잘랐어.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래야 삶는 물이 골고루 죽순안으로 들어가 떫은 맛이 잘 제거될 것같애.
껍질은 완전히 벗기지 말고 아랫부분의 마른 껍질 몇개만 벗겨주었지.
이 껍질을 같이 끓여야 단 맛이 죽순안으로 스며든다고 하더라구.
그 후 저렇게 세로로 반을 잘라도 되고 아니면 아래 꽁무니에 열십자로 칼집을 넣어 주는데 넌 아무래도 덜렁대니까 손다칠 염려가 있으니 세로로 잘라 주는게 좋겠다.
삶는 물은 쌀뜨물을 미리 받아두었다가 사용하면 좋고 엄마는 마침 쌀뜨물이 없어서 맹물에 쌀겨 한주먹에 식초를 조금 떨어뜨려 주었지.
우엉이나 연근조림 할 때처럼.그러면 떫은 맛이 없어진단다.
물의 양은 죽순이 잠길 정도로 잡고 붉은 고추가 있으면 그것도 두어개 넣고(이번엔 갑자기 하느라 없어서 못 넣었어.) 소금도 반스푼정도 넣고 40분~한시간 정도를 팔팔 끓여주면 달콤한 냄새가 나지.
누구는 옥수수 삶는 냄새가 난다는데 엄마의 코에는 식혜 만들 때 삭히는 냄새가 났어.
아무래도 식혜가 먹고 싶은가 봐. *^^*
그런 달콤하고 기분 좋은 냄새가 나면 다 삶아진 것이니 불을 끄고 그 상태로 밖에 두어 식혀주자.
어떤 사람은 그렇게 하루를 두라고도 하고 어떤이는 너무 오래 담가두면 오히려 죽순의 맛이 안 좋아진다하는데 엄마 생각에도 너무 오래 담가두면 맛이 덜할 것 같아.
대신 죽순의 떫은 맛을 확실히 잡아주지 않으면 칼슘을 침착시켜 결석을 만들기 쉽다니까 급하게 서두르지는 말자.
충분히 식은 죽순은 껍질을 모두 벗겨야겠지?
흐르는 물에 씻기고 나니 아주 부드럽고 이쁜 속살을 가졌더구나.
여기까지 해놓고 보니 작은 죽순은 아무래도 저 빗살무늬가 별로일 것 같고
다음 번엔 큰 것으로 골라서 속을 한 번 봐야겠어.
뜨거운 물로 소독한 병에 죽순을 차곡차곡 쟁이고 죽순이 충분히 잠길 정도로 깨끗한 물을 넣어주자.
이제부터의 과정은 지난 번에 만들었던 복숭아 병조림과 똑 같아.
뚜껑을 살짝 닫아 20분 정도 중탕을 해주는거야.
그러면 속의 내용물이 열을 받아 팽창하면서 진공상태가 되거든.
뜨거운 병은 장갑을 끼고 조심조심 들어서 나머지 뚜껑을 꽉 닫아주면 병조림 완성이야.
이 부분에서도 좀 걱정스럽다. 덤벙대다가 화상입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하라구.
예전에 우리, 정수기 들이기 전 결명자나 당귀등 한약재를 넣고 끓인 물을 마시던 때 생각나니?
맛이 좀 씁쓸해서 너희 친구들은 우리집 물을 안마셨어도 어릴 적부터 습관이 된 너랑 상혁이는 맛있게 잘 마셨었지?
2~3일에 한번씩 끓인 그 물을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마시면 뚜껑을 열 때 '펑'소리가 난다고 엄청 신선한 물이라고 하나, 네가 재미있어 했었지.
그 때는 병조림이니 뭐니 생각할 여지도 없이 그저 출근시간에 쫒겨 미처 다 식히지 못한 물들을 그렇게 병에 담았던 것인데 이제보니까 그게 같은 원리였나 봐. *^^*
저렇게 집에서 만든 병조림엔 첨가물이 안들어갔으니 안심이 되고 맛도 더 신선하고 좋을 것 같아 절로 배가 부르구나.
보관은 해가 닿지않는 어둡고 서늘한 곳에서 해야하는데 지하실이 없는 아파트에서는 냉장고가 제일 만만하겠지.
이번 주말엔 저 죽순으로 유산슬이나 해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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